은행원 윤모(30)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은행 달력을 구해다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고 있다. 윤씨가 근무하는 영업점에서는 최근 달력을 배포하기 시작했는데, 영업점에서 고객들에게 나눠줄 수량도 부족해서 지인 몫을 빼놓기 어렵다고 한다. 윤씨는 “지난달에는 ‘달력 언제 나눠줄 것이냐’는 문의가 매일같이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달력 배포를 시작한 가운데, 은행의 종이 달력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 달력은 ‘벽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수요가 많다. 재물운을 상징하기도 한다.
달력 배부 시점과 기준은 은행 영업점마다 다르지만, 통상 11~12월에 시작한다. 이 시기가 되면 은행에는 달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일부 영업점에서는 영업 시작 전부터 몰려 기다리는 일도 벌어진다.
발행 부수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여서, 달력을 구하지 못하고 허탕치는 이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4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달력은 636만부 제작했다. 2019년 부수(790만부)보다 20%가량 뚝 떨어진 숫자다.
여기에는 환경 보호나 비용 절감 문제 등이 얽혀 있다. 최근 은행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종이 사용을 줄이는 추세인데, 종이 달력을 많이 찍어내는 것은 환경 보호에 역행한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물가 상승으로 종이 달력을 찍어내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차원에서는 종이 달력 발행 부수를 줄이고 있지만, 중고 거래로도 팔릴 만큼 은행 달력 인기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