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로고. /연합뉴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소위 ‘동전주’가 급증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400여 개 나스닥 상장사 중 464사의 주식이 1달러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1년 7월에는 이런 ‘동전주’가 단 2곳이었는데 불과 2년여 만에 200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WSJ는 “수년 전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열풍 때 나스닥에 입성한 기업들이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공유 전기 스쿠터 회사인 버드글로벌 주가는 2021년 3월 상장 당시만 해도 200달러가 넘었지만, 지난 9월부터는 ‘동전주’ 신세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발판 삼아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곳도 많았다. 이에 실체가 없는 스팩 주가가 이상급등하는 ‘스팩 붐’도 일었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오르고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자 주가에 낀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공유경제, 우주, 가상자산 등 미래 기대감에 의존해 몸값이 부풀려졌던 분야에서 ‘동전주’ 수준으로 주가가 폭락한 사례가 많다.

나스닥 규정에 따르면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은 상장을 취소하고 퇴출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의제기 등으로 최소 1년 이상 나스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나스닥 상장사라는 이유로 투자자를 호도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출신의 릭 플레밍은 “기준에 미달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은 시장(나스닥) 자체에 대한 신뢰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