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산타랠리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산타랠리란 좁게 보면 12월 마지막 5거래일에서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가리키지만, 흔히 연말에 나타나는 주식시장 강세 현상을 통칭해 산타랠리라고 부른다.
이달 들어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3대 지수는 3주 연속 상승하며 산타랠리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11월 셋째 주(13~17일) 다우, S&P500, 나스닥 지수는 모두 2% 안팎 올라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S&P500은 최근 3주간 9.6% 올라 2020년 6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면서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해석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투자 심리가 회복되며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를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최근 13.8 수준으로 지난달 고점(21.71)에서 36%나 급락했다.
◇역대 증시는 4분기가 최고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연말에 뒷심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CNBC가 금융정보 업체 팩트세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50년 이후 작년까지 S&P500은 4분기(10~12월)에 평균 4.2% 상승해 1~3분기의 성적을 압도했다. 3분기 평균 수익률이 0.6%로 가장 부진했고 1·2분기도 각각 2.1%, 2%씩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연말 증시의 계절성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는 이 외에도 많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1975년 이후 S&P500이 연초부터 11월 중순까지 5% 이상 오른 경우, 87%의 확률로 연말까지 추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는 S&P500이 이런 기준선을 훌쩍 뛰어넘는 17%대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산타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다. 박상현·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과 내년 1월 연준의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확률이 100%에 이를 정도로 높아진 것도 빅테크 기업의 추가 랠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7종목을 뜻하는 ‘M7(매그니피센트7)’은 S&P500 시가총액의 33%를 차지하고 있어 지수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경제가 성장하면서도 물가 상승이 없는 이상적 상태)를 보일 것이란 낙관론이 강해지는 것도 증시에 우호적이다. 인베스코의 알레시오 드 롱기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미니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있다”며 “연착륙이 잘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에 동반해서 산타랠리가 올 것이란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로 출렁댔던 국내 증시는 11월 들어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 반등과 국제 유가 반락에 의한 수혜 종목 등 긍정적으로 바뀐 지표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려고 큰손들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경계 늦추지 말아야” 반론도
한편 월가 일각에선 증시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P500 상승세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란 경고음이 각종 지표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의 주식전략가 맷 말리는 지난 19일 블롬버그통신에 “지금은 경제지표가 약세를 보이는 것에 주식시장이 환호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안 좋아지면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P500은 과매수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했다. 뱅크오크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네트 수석전략가도 기술적, 거시경제적 요인을 언급하며 “위험한 상승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라”고 권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 하락이 주식시장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며 “주식시장은 완만한 우상향을 보이겠지만, 그 속도는 점차 감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