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8만원 선이었던 두산 주가는 지난 11일 14만9100원까지 급등했다.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상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두산이 보유한 두산로보틱스의 장부상 가치는 860억원에 불과하지만, 두산로보틱스 상장 후엔 그 가치가 훌쩍 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공모가(2만6000원)를 기준으로 한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 예상액은 1조6853억원이다. 두산로보틱스 상장 후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68.2%)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1조1500억원으로 뛴다.
하지만 11일을 정점으로 두산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해 25일엔 10만9500원까지 내렸다. 일각에선 다음 달 5일인 두산로보틱스 상장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눈치 빠른 투자자들이 한발 먼저 움직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회사 상장일까진 모회사 주가 오르다가 이후엔 내렸다
실제로 과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자(子)회사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경우 모(母)회사 주가는 자회사 상장일까지는 꾸준히 오르다가 이후 내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 30개 중 모회사가 상장사인 경우는 총 15개였다. 최근 흥국증권은 이들 15개 회사 중 자회사의 규모가 작아 모회사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3개 회사를 제외한 12개 모회사의 주가를 분석했다.
12개 모회사의 평균 주가는 자회사 상장일 1년 전에는 자회사 상장 당일보다 21%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자회사 상장일이 다가올수록 모회사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자회사 상장 6개월 전에는 상장 당일과 주가 차이가 7.7%로 줄었고, 3개월 전에는 3.1%까지 줄었다. 하지만 자회사 상장 이후 1년까지 모회사 주가는 하락 폭을 키웠다. 자회사 상장 3개월 뒤엔 평균 12.5% 내렸고, 6개월이 지난 뒤엔 상장일 대비 20.4% 내렸다. 1년 뒤엔 자회사 상장일 대비 30%나 주가가 빠졌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1년엔 코스피가 3000선을 넘는 등 증시가 활황이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춰 주가 흐름을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상장 후 1년간 (모회사가) 보인 주가 하락은 유의미한 결과”라고 말했다.
◇자회사 상장 앞둔 에코프로 관심
시장의 관심은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을 앞둔 모회사이자 코스닥의 이차전자 대장주인 에코프로로 쏠린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 11일 100만원 선이 무너지면서 내림세를 이어갔다. 19일엔 90만원 선마저 내줬다. 이후 에코프로 주가는 21일 97만1000원까지 반등했지만, 25일 8% 넘게 급락하면서 88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에코프로의 이날 주가 급락엔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이 가시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에코프로 주가에 이미 반영됐지만, 호재(好材)가 사라지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급격히 상승했던 이차전지주 주가는 과열 논란에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면서 “이날 에코프로가 유독 하락 폭이 컸던 것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이 가시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용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 4월 27일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구속되면서 상장 예비심사 절차가 지연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대법원에서 이 전 회장의 형이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결국 지난 22일 5개월 만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