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지만 내년 말 금리 전망을 연 5.1%로 종전보다 0.5%포인트 높였다. 그러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팔자’로 돌아서고,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 5%대 금리’가 상수(常數)가 돼버린 만큼 고(高)금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테크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 비중은 줄이고, 예·적금이나 채권 등의 안전 자산 비중을 높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방지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뉴스1

◇주식보다 예·적금, 만기 짧은 채권

주식은 ‘고금리’에 취약한 투자처로 꼽힌다. 저금리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려야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연준의 ‘고금리 유지’ 입장 발표 전후(15~22일)로 미국 S&P 500 지수는 4%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도 2.5%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평균과 유럽 대표 기업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 50도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고금리 시대엔 보통 은행 예·적금과 만기가 길지 않으면서 이자를 많이 챙겨주는 채권이 각광을 받는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24일 기준 10개 시중은행의 예금 최고 금리는 연 4%대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에는 금리가 연 6~7%대인 특판 예·적금도 제법 있다. 예·적금 만기는 3~6개월 이하로 짧게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연말로 갈수록 예·적금 금리가 더 오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 5%대 예금이 많이 나오면서 1년 만기 상품 가입이 크게 늘었는데 곧 만기가 돌아오면서 해당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의 경우, 최근 만기 3~5년 이하의 고금리 우량 회사채 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자를 꼬박꼬박 받으면서 향후 금리 하락 시 매매 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서다. 김수아 KB금융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PB는 “장기채는 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우선은 단기채 투자를 추천한다”며 “다만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단기채 비중을 줄이고 장기채 비중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주택담보대출은 일단 ‘고정금리’로

고금리 시대에 주식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자산일까. 전문가들은 여러 자산에 투자금을 고르게 배분하는 ‘바벨(역기)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벨 전략은 한 축에는 예·적금, 우량 채권 등의 안전 자산을 확보해 안정성을 챙기면서 다른 한 축에는 위험 자산을 편입해 고수익을 노리는 기법을 뜻한다. 현 시점에는 주가가 부진할 수 있으나 향후 유가(油價)가 진정되고, 통화 정책의 변화가 감지되거나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경우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 연 5%대 기준금리가 1년 넘게 이어졌던 시기(2006년 6월~2007년 8월) S&P 500은 16%가량 상승한 바 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PB팀장은 “(고금리 시대에도) 주식은 일정 부분 들고 있는 것이 좋다”며 “AI(인공지능), 헬스케어 부문을 중심으로 미국·일본 등 선진 시장 주식을 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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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을 위해 큰돈을 빌리려는 이들에게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추천하는 전문가가 조금 더 많았다. 당분간 시장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17∼7.1%로, 고정금리(연 3.9∼6.47%)보다 높다. 고정금리로 돈을 빌렸다가 나중에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 갈아타기’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기준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변동형에 가입할 것을 추천하는 의견도 있었다. 오경석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금리가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장기 대출은 6개월 변동금리형으로 가입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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