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이 화폐 도안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크게 논란이 된 것은 10원짜리 동전을 본떠 만든 ‘십원빵’이다. 경주 황리단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십원빵’은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러나 한은은 십원빵 제조업체에 빵 디자인에 10원짜리 동전에 들어가 있는 다보탑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도안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한은은 영리 목적으로 화폐 도안을 쓰는 걸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영리 목적으로 무분별한 화폐 도안 오·남용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경우 위·변조 심리를 조장하고, 화폐의 품위와 신뢰성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돈 방석’이라며 만원이나 오만원짜리 디자인을 사용했던 방석 제조업체 등에 대해서도 한은은 화폐 도안을 쓰지 말도록 안내해 왔다. 속옷이나 유흥업소 전단 등에 화폐 도안을 사용하는 것도 제지하고 있다.

하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는 “한은이 저작권을 들어 위·변조라고 볼 수 없는 화폐 도안의 창조적 변형, 놀이적 변형 등과 같은 문화적인 이용에도 적용해 대중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일본 재무성은 우리나라의 십원빵을 따라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십엔빵’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한은은 십원빵에 대해서 법적 대응은 하지 않고, 제조업체와 디자인 변경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이 화폐 도안 저작권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십원빵과 반대로, 한국은행이 저작권 문제로 소송이 걸린 경우도 있다. 현행 100원 동전에 들어간 이순신 영정의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다. 영정을 그린 장우성 화백의 후손 측은 2021년 10월 한국은행을 상대로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사용에 따른 저작권료를 달라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은은 “1975년 화폐 영정을 제작하며 적정 금액인 150만원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이 소송에 대한 1심 판결 선고는 다음 달 13일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