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한복판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1㎡당 공시지가는 1억7410만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 평당 가격으로 따지면 5억7450만원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년째 최고로 비싼 땅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가장 비싼 땅은 어디일까. 일본 최고의 상업지구인 도쿄 긴자에 있는 메이지야긴자빌딩 부지가 주인공이다. 1㎡당 3930만엔(약 3억8800만원)으로, 17년 연속 땅값 킹을 유지하고 있다. 평당 가격으로 보면 12억8000만원으로,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일본 역사상 최대 호황기인 거품경제 시절 땅값(1991년, 1㎡당 3800만엔)은 오래 전에 넘어섰다.

도쿄 긴자에 있는 메이지야긴자빌딩.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이다. 1971년 6월에 준공됐다./조선DB

그렇다면 일본에서 작년에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어디일까?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기준지가(공시지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일본 남서부에 위치한 구마모토현(熊本県)의 키쿠요쵸(菊陽町)였다. 전년 대비 32% 올라 1㎡당 4만5000엔(평당 약 145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공업지 기준지가 상승률이 평균 1.7%라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상승폭이다.

양배추밭이던 시골 땅값에 불을 지른 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다.

대만 TSMC는 지난 2021년 10월 구마모토현 키쿠요쵸에 내년 말 생산 개시를 목표로 신규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금은 총 1조1000억엔(약 10조8600억원). 일본 정부도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공헌한다’는 목표로 공장 건설에 최대 4760억엔을 지원 사격한다. 최근 TSMC는 추가로 1조엔을 더 투자해 인근에 두 번째 반도체 공장도 설립할 계획이다.

대만 TSMC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고 있다./연합

현지에 있는 규슈파이낸셜그룹은 TSMC 진출을 계기로 약 80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구마모토현에 새로 거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소는 신규 고용 창출만 약 75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구마모토현에는 공장 입지를 물색하기 위해 찾아오는 기업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 온라인 매체인 머니포스트는 지난 15일 “반도체 버블이라고 말할 정도로 빈 땅을 확보하려는 투자 열기가 매우 뜨겁다”면서 “동네 파칭코 가게는 연일 만석인데, 손님 대부분은 비싼 값에 땅을 판 농가나 공업단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TSMC의 공장 건설 호재로 일본 구마모토현에는 땅을 비싸게 팔아 거액을 손에 쥔 농민들이 적지 않다. 파칭코 가게는 대낮부터 만석이다./머니포스트

구마모토현의 현지 부동산 관계자도 최근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한 대만인 투자자가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주변 땅을 소개해 달라고 했었다”면서 “TSMC가 공장을 지으면 인근 땅값이 반드시 올랐다면서 일본에도 똑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결론적으론 그의 예상이 맞았다”고 말했다.

나가하마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구마모토현의 총생산액은 6조엔 정도였는데, TSMC 관련으로만 1조엔 규모의 투자가 들어오므로, 향후 경제 환경은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카와도모히사 니혼소켄 수석주임연구원도 “반도체 공장은 설비가 거대하기 때문에 경제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면서 “납세액도 크기 때문에 지방 재정에도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이시카와 연구원은 이어 “엔저와 미중대립 등으로 일본으로 반도체 공장을 옮기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자체간 공장 유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