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투자에도 순서가 있다> 저자

최근의 주택 가격 폭락은 금리 인상으로 빚어진 일입니다. 2020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5%였는데, 지금 3.5%까지 올랐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예상도 많습니다. 결국 대출 금리가 안정될 때가 투자 적기라고 봅니다. 그럼 얼마 정도일 때가 투자 적기일까요? 힌트를 찾을 수 있는 지표가 ‘전월세 전환율(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과 대출 금리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3.8% 전후인데, 주택 대출 금리가 5%라면 매수자들은 고민을 많이 하겠죠. 일단 월세 비용에다 자녀 교육, 잦은 이사에 따른 비용 부담 가능성을 얼마나 더해야 할지 계산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5%로 상승하면, 부랴부랴 매수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주택 대출 금리가 2020년처럼 3%가 된다면 더 많은 매수세가 몰릴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변수에 하나를 더 봐야 합니다. 주택 가격에 혹시 거품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19년은 주택 가격에는 거품이 끼고 있었지만 대출 금리가 하락하던 시기였으니 보유 주택을 매도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반면 지금은 주택 가격 거품은 대부분 해소되어, 일부 지역은 2019년 혹은 그 이전 가격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대출 금리가 높고 월세 비용은 낮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2023년 하반기 혹은 2024년이 좋은 매수 시점이 되리라 봅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내려간 것이 이런 판단을 내리게 하는 주된 요인입니다.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고 있으니, 한국은행이 급박하게 금리를 인상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죠. 정책 금리는 대규모 외자 유출에 따른 환율 급등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인상되며, 반대로 환율이 안정되기 시작할 때는 인상이 중단되거나 혹은 인하됩니다. 더 나아가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물가와 금리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707건으로 10~11월(1326건)에 비해 22.3% 증가했다.

물론 이 전망은 시장 상황에 따라 틀릴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전쟁이 발생해 유가가 급등하거나, 중국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환율 급등 현상이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주택의 절대가격이 충분히 내린 상황에서 대출금리마저 매력적인 레벨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각종 변수는 차치하고서라도 상담자의 경우엔 집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비 성향이 평균 가정 대비 너무 높아서, 집을 사야 그나마 강제 저축을 할 것 같아서입니다. 상담자 가정은 매달 평균 1000만~1300만원의 수입이 있는데, 월 지출이 800만~900만원으로 많아서 자산이 14억원 내외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자녀가 공부를 잘 해서 교육비를 많이 쓰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낮은 저축률과 관련해서는 총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결론을 다시 말씀드리면, 지난 2019년에 주택을 매도했던 것을 후회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주택 가격은 이미 그 당시 레벨까지 내려갔고, 오히려 급락 국면을 활용해 좋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매수 지역과 관련해서는, 지금 당장 산다면 서울, 2~3년 뒤라면 대구를 추천합니다. 서울은 환금성이 좋다는 것이 장점인데,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렸습니다. 또 서울은 내년까지 개포와 반포 정도를 제외하고는 입주 물량이 없어서 급매물 위주로 노렸던 곳을 사면 될 것 같습니다. 단 강남권은 입주 세대수 추이(위 사진)를 보면 알 수 있듯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강남권 아파트를 산다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아 보입니다.

대구도 매력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공급 물량이 너무 많았기에 2~3년 정도는 바닥권을 길 것 같으니 조금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재테크에 너무 큰 스트레스는 받지 마시고, 즐거운 노후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