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의 귀재’, ‘경매의 신’으로 불렸던 서울레저 이상종은 400억 사기범으로, 6년 도피 후 검거됐고 지난 2019년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단돈 20만원으로 2년 만에 500억을, 그리고 다시 1200억을 벌었다고 떠들면서 유료 재테크 카페를 운영했던 지엔비그룹(경매투자회사)의 김길태 사기 사건도 있다(인터넷에서 검색해보라. 내용이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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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21세기컨설팅의 양화석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양박사’로 통하던 그를 나도 2000년대 초에 두 번 만났는데, 내가 내렸던 결론은 사기꾼이라는 것이었다.

명문대 출신 고교 동창 중 한 명이 2006년 양화석 회사에 취직을 했었다. 그는 동창들에게 회사를 적극 소개하면서 투자를 권유했고, 나는 그 친구에게 “개뿔도 모르면서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내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고, 결국 친구 여러 명이 그 곳에 투자를 했다.

당시 그 친구가 동창들에게 뿌린 메일은 이렇다.

“21세기컨설팅은 1984년도에 설립된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동산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전국 각지에 10개의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관광단지 개발업체입니다. 10개 단지가 계획대로 개발이 완료되면 아마도 총 자산이 10조~20조에 이르는 국내 최초 관광업으로 대기업을 이룬 회사가 될 것입니다 …… 개발 방식은 민자 유치로 하고 있습니다 ……. 저희 회사에 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관청과 오고 간 공문이나 팩스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습니다 …… 아주 심플하게 기술하면 땅을 나눠 드릴 테니 기초 개발 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롯데월드나 삼성에버랜드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상상하실 수 있을까요??) 여유 자산이 있으신 동문 제현의 도움을 갈구합니다. 어떤 금융 투자보다도 나은, 아니 금융 투자로는 상상할 수 없는 보상을 약속드립니다.”

그러나 2년도 안 돼서 양화석이 도피하자, 그 친구는 친구들을 끌어들인 것에 대한 자책감에 결국 자살하고 만다. 그 똑똑한 친구가 어째서 양화석의 꼬임에 넘어갔던 것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양화석이 미래의 가상 수입을 확정 수입으로 포장하고, 회사 보유 자산을 미래 가치로 계산하며 투자 유치 예정 금액을 확정 금액인 양 설명하는 것을 진짜 그럴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의 실체에 대해 개뿔도 모르는 놈이었기에 양화석이 똥을 된장으로 말해도 몰랐던 것이다.

지난 2010년 6월 12일 조선일보 B3면에 보도된 '김길태 사건'의 전말.

훗날 사기로 드러난 ‘조슈아의 선한 부자 1000인 프로젝트’가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며 가장 분노한 것은, 미래에 확정될 수입을 현재 확정된 수입으로 이야기하거나 채권 투자 활동 전체를 보여 주지 않고 일부만 공개하면서 투자자를 모으고자 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가 만든 법인 이름이 굿윌(Good Will, 선의)이고, 닉네임도 선한 부자로 사용하고, 착한 척은 더럽게 많이 했으나 나는 그것들 모두를 분명한 미혹으로 보았다.

모든 부동산은 매각되어 현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수익이 미확정이다. 채권 투자 수익 역시 마찬가지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채권 투자가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운영자금 규모가 1억~2억이라면 징검다리 디디듯이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자금 규모가 커지면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게 된다. 부티크(소수 부자만 회원으로 받는 투자회사) 경영자들도 그런 어려움을 내게 이야기하곤 한다.

✅친분이 있었던 사기꾼들의 특성

은행이나 투자회사 등에 다니며 동창들이나 친한 고객에게 접근하여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적잖다. “좋은 투자 기회가 있는데 저는 자금이 없지만...” 하면서 말이다.

내가 아는 놈은 산업은행 부장이었는데, 바둑 모임에 참석해 바둑을 두면서 넌지시 “투자 기회가 있는데 내가 국책은행에 있는 공인이어서 참 아깝다” 등의 말을 슬그머니 내뱉으며 친구의 동향을 살폈다.

그러다가 친구가 투자하겠다고 하면 “나는 공인이므로 절대 다른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부터 시켰다. 그 놈이 나중에 행방불명 상태가 된 후 드러난 사실은, 아파트도 아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민형사 소송을 통해 건질 수 있는 금액은 한 푼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어느 은행의 여직원은 친하게 지내던 전문직 고객에게 은밀히 투자를 권유하였고, 그 고객은 그 말에 속아 부모 형제의 돈까지 끌어다 넘겨주었다. 하지만 그 여직원은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도피한 후 현지에서 자살해 버렸다. 이런 경우 돈을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Amanda'란 이름의 한 여성이 온라인을 통해 다른 남성과 친해지고자 메세지를 주고 받은 내용. 이 캡처본을 올린 한 커뮤니티에 올린 사람은 "지인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자 작성했다"고 밝혔다./온라인 커뮤니티

✅“사랑인 줄 알았는데... 돈도 마음도 잃어”

인터넷에서 만나 채팅하면서 친해진 사람은 어떨까? 외로움을 파고 드는 로맨스 스캠(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속았던 10여명의 독자들이 보낸 메일 중 기억나는 것은 외국인 스캠에 빠져 있던 여성이다.

내가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답을 보내주었음에도 연거푸 ‘세이노님이 몰라서 그러시는 거다’라고 답했고, 털린 금액은 2억원대 정도였다. 그 여성이 속아 넘어간 이유는 사기꾼이 여러 개의 계정을 각기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여 사용하면서 사기꾼을 믿을 만한 사람으로 포장했기 때문이었다.

영문 메일로 사기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별도로 얇은 책 한 권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메일 원본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정말 수법이 다양하고 치밀해서 영어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 종종 넘어가곤 한다. 아예 영어에 까막눈이었으면 사기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