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 최성민(36)씨는 여주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해 28살까지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실력은 있었다. 그는 인디밴드 ‘가자미소년단’에서 활동하는 동안 음반 3개를 냈고,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방송에도 출연했다. 문제는 벌이였다. 합주 연습이 없는 오전, 매일 식당에서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래봐야 6평 반지하 월세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도시가스 요금이 밀려 온수가 안 나오는 날도 많았다.
서른살을 앞두고 현실을 직시한 최씨는 콜센터 상담사로 취직했다. 이후 손해보험대리점 자격증을 취득, 보험사에서 일했다. 처음 맛본 직장인의 삶. 매달 통장에 꽂히는 300만원대 월급은 달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녹록지 않은 현실이 다가왔다. 2020년 아내와 함께 살던 전세 2억6000만원짜리 20평대 아파트의 재계약이 다가온 시점, 주인은 4억3000만원을 요구했다. 결국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5% 인상으로 막았지만 깨달음이 생겼다. “직장인으로는 서울에 집 한 칸 구하기 힘들다.”
7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외식업 마케팅 회사에 취직했다. 1년 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닭구이 전문점 ‘계옥정’을 오픈했다. 2년이 지난 현재, 그는 닭구이 전문점 계옥정, 술집 디럭스상회와 미츠바 등 3곳의 사장이 됐다. 그의 지난 달 수입은 약 4000만원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상권 분석은 최소 1년...4계절 모두 지켜봐야”
–여러 창업 아이템 중 왜 식당이었나요?
“가장 자신 있었어요. 저는 2015년부터 맛집 소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했어요. 당시 직장이 있던 문래동 일대 식당을 주로 소개했죠. 인기 식당의 비결을 분석하고, 잠재력이 있는 숨겨진 맛집을 발굴했어요. 그렇게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저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맛집 콘텐츠 반응은 어땠어요?
“인스타그램 계정은 1년만에 팔로워 수 3만 명을 넘겼어요. 2015~2016년도만 해도 문래동은 지금 같은 ‘핫플’ 아니었어요. 막 뜨기 시작할 때 제가 소개한 맛집들이 같이 알려졌죠. 게시물당 조회수가 100만 회 이상 나올 정도로 대박이 났어요. 현재 팔로워 수는 7만9000명 정도입니다.”
–소개한 식당들도 잘 됐나요?
“네. 문래동 일대는 철공소가 많아요. 인근 식당들은 하루에 철공소 직원 3~4 팀이 와서 밥을 먹는 게 전부였죠. 그런데 지금은 주말 웨이팅만 1~2시간씩 걸리는 맛집도 생겼어요. 횟집 ‘은진포차’가 대표적이죠. 일 매출 20만~30만원이던 곳이 지금은 주말 기준 일 매출 200만원이 넘으니까요.”
–상인들한테는 은인 같은 존재가 됐겠네요.
“부끄럽지만 ‘문래동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어요. 제가 소개한 식당들이 다 잘 됐거든요. 물론 그만큼 잠재력 있는 곳들이었어요. 문래동에는 간판이 슈퍼마켓인 삼겹살집, 입맛 까다로운 철공소 직원들한테 인정 받은 노포 등 매력 있는 식당이 많아요. 단순히 인플루언서가 소개했다고 맛집이 된 건 아니죠. 게다가 식당을 소개하면서 개인적으로 창업 공부까지 한 셈이라 제가 얻은 것도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가장 중요한 상권 분석이 자연스럽게 됐어요. 단순히 동네 분위기를 보고, 부동산을 방문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업에 있는 식당 사장들의 고충과 노하우를 들었으니까요. 저는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 문래동 상권만 1년을 지켜봤어요. 요일별 유동인구 변화, 계절에 따라 잘 팔리는 음식 등 데이터를 모았죠. 상권 분석은 최소 1년치 데이터를 봐야 돼요. 그래야 고객이 그 상권을 찾는 이유, 비수기와 성수기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문래동은 어떤 상권인가요?
“문래동은 배후상권이 없어요. 직장가도 주택가도 아닌 애매한 공간이라, 평일 낮에는 사실상 죽은 상권이죠. 외부 손님이 대부분이라 계절과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아요. 비가 오거나 날이 추워지면 손님이 뚝 끊기죠. 첫 식당으로 닭구이 전문점을 연 이유도, 대중적이면서도 계절과 날씨를 안 타는 메뉴이기 때문이에요.”
◇방문한 동종 식당만 30여곳...창업의 첫 걸음은 ‘벤치마킹’
–상권을 정하고 나서 식당 메뉴를 정한 건가요?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익숙한 동네에서 장사를 시작하고 싶어서, 메뉴를 상권에 맞췄어요. 당시에 숯불 구이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 숯불 닭구이 전문점만 30곳 이상 찾아다녔어요. 4박 5일로 닭구이의 본고장인 강원도 춘천시에서 ‘벤치마킹 투어’를 하기도 했어요. 이름난 집은 다 가본 셈이죠.”
–벤치마킹은 필수인가요?
“네. 벤치마킹은 창업의 첫 걸음이에요. 벤치마킹을 하면서 ‘숯불은 다루기 어려워서 대부분 주방에서 초벌을 한다’, ‘요즘엔 양념구이보다 소금구이가 인기다’를 알게 됐다고 해보죠. 예비 창업자라면 ‘초벌을 주방에서 계속하면 연기는 어떻게 하지?’, ‘소금구이는 맛이 밋밋하니까, 사이드 메뉴는 간을 쎄게 해도 좋겠다’ 등 창업을 위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해요. 기본을 알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벤치마킹이 꼭 필요한 이유죠.”
–숯불 구이집인 이상 연기는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역시나 답은 벤치마킹이에요. 일본에 있는 야키토리(やきとり·닭고기 숯불 구이) 전문점들 중에서 전기 그릴을 쓰는 곳이 많아지고 있어요. 전기 그릴은 숯불과 똑같이 간접 열로 고기를 익히는데, 최고 850도 이상의 고열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어요. 초벌로 70%를 익힌 뒤, 손님상에 있는 숯불 불판에서 마무리를 하면 훈연향까지 잡을 수 있죠. 그래서 계옥정도 1600만원을 들여 일본에서 직접 전기 그릴을 사왔습니다.”
–사이드 메뉴는 어떻게 구성했어요?
“대부분 닭구이 전문점은 야키토리집의 영향으로 일식이 많은데, 계옥정은 중식 베이스입니다. 닭 육수로 만든 ‘계백짬뽕’, 최근의 ‘마라탕’ 열풍을 따라 만든 ‘마라순두부쫄면’이 대표적이죠. 실제로 전체 손님의 70~80%는 둘 중 하나를 시킬 정도로 인기입니다. 그 외에도 태국 여행에서 먹은 닭목살 튀김 소스에서 영감을 받아, ‘스리라차 마요네즈’ 소스도 개발했어요. 지금은 가게 시그니처 소스가 됐죠. 원래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맛집 인플루언서로 활동해 아이디어를 얻을 곳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첫 식당, 장사는 잘 되고 있나요?
“작년 1월 오픈한 계옥정은 첫 달 매출이 2000만원이었는데, 1년 동안 꾸준히 늘어 연말에는 월 평균 1억원을 넘겼어요. 평일 점심 장사를 하지 않는 38평 짜리 가게로서는 선방하고 있는 셈이죠. 이어 창업한 가맥집(가게맥주집) ‘디럭스상회’와 일본식 술집 ‘미츠바’의 월 매출은 각 6000만원, 4000만원이에요. 세 곳 모두 문래동에서 권리금 없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조만간 4번째 식당으로 갈빗집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최성민 사장은 뮤지션, 직장인, 맛집 인플루언서를 거쳐 식당 사장이 됐습니다. 그는 직장인의 한계를 느끼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달 월수입 4000만원을 넘겼죠. 그는 상권 분석과 벤치마킹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편에선 ‘SNS에서 살아남는 식당들의 비결’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