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궁금하다면, 새로 출시되는 금융상품에서 힌트를 찾으면 된다. 올해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을 반영해 방어적으로 운용되는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의 활약이 눈에 띈다. ETF란, 코스피나 나스닥 등 대표 지수 움직임을 따라 주식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펀드다. 채권 ETF는 국고채, 회사채 등 특정 채권 가격을 기준으로 운용되는 상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새로 나온 채권 ETF는 총 26개로, 전체 신규 ETF의 23%를 차지했다. 2021년 7%, 2020년 9% 정도로 비중이 미미했는데 급증한 것이다. 새내기 상품 출시에 힘입어 채권 ETF 덩치도 급성장했다. 채권 ETF의 월평균 시가총액은 11월 기준 151조7000억원으로, 지난 1월(97조2800억원)에 비해 54조4200억원 넘게 늘어났다.

김수정 미래에셋운용 매니저는 “올해 국내 ETF 시장의 핫 키워드는 채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채권 ETF의 순매수세가 강했다”면서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글로벌 단위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자금이 많이 유입된 글로벌 탑10 ETF 중에 채권 상품이 절반을 차지했다. 글로벌 뭉칫돈이 향하고 있는 채권 ETF, 지금 어떤 아이디어로 접근하면 좋을까.

먼저 한국 경제 상황부터 살펴보자. 올해 한국은행은 지난 4월부터 6차례 연속해서 금리를 올렸다. 11월 말 기준 기준금리는 3.25%. 미국이 내년에 5% 안팎까지 올린다고 하는데, 한국이 따라서 올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 부채가 1870조원이 넘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데,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서 가계 부담이 크지 않은 미국처럼 금리를 올리면 경제가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가 연 3.5% 수준에서 멈춰야 한다는 시각이 대다수”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리기 시작하면, 채권에서 기회를 찾을 때다. 채권은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올라서 수익률이 좋아진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채권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국고채 금리가 천장을 찍고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5%로 높고,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도 78.5%로 미국(10.4%)보다 훨씬 높다. NH투자증권의 강승원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미국을 따라가기엔 부담이 크다"고 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4.548%까지 올랐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3.644%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채권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만 보면 여전히 인상 사이클 마무리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 외 지역의 다소 강한 경기 침체가 결국 미국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며 “2023년 1분기 중엔 미국의 금리인상도 종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채권 ETF에 돈이 많이 몰렸을까.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한 달간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상품은 KB운용의 KBSTAR 종합채권(A-이상)액티브 ETF였다. 총 130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통상 ETF는 지수를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지만, 상품명에 ‘액티브’라고 붙은 것은 펀드매니저가 개입해 종목 선정이나 비율을 조정한다는 의미다. 지난 10월 21일 시중금리가 급등했을 때 ETF 주가는 역대 최저가를 찍었는데, 이후 4% 올랐다.

그 다음 KBSTAR 국채선물 5년추종 ETF에는 한 달간 591억원이 들어왔고,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단기채권액티브 ETF에도 566억원이 순유입됐다. TIGER 단기채권액티브 ETF는 만기 6개월 이내인 다양한 국내 채권에 투자한다. 삼성운용의 KODEX 국고채3년 ETF와 KB운용의 KBSTAR 국채선물3년 ETF에도 각각 3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몰렸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최근 채권 ETF로의 자금 유입은 기관과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기관은 국내 전체 채권시장 흐름을 반영하는 종합채권(국고채+회사채)과 지표물인 3년, 5년 국채에 주로 투자했고, 개인은 잠깐 돈을 맡기는 파킹통장 개념으로 단기 채권을 사거나 변동성이 큰 30년 장기채권을 저가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