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이렇게 작은 방에서 살 수 있을까?’ ‘이런 방에서 도대체 누가 사는 거야?’
요즘 일본 부동산 시장에선 이른바 ‘초미니주택 룸투어’가 유행이다. 초미니주택 룸투어는 1~2평짜리 작은 방을 온라인으로 구석구석 소개해주는 것이다. 일본에선 협소주택(狹小住宅)이라고 부르는데, 유튜브에서 ‘협소주택 룸투어’라고 검색하면 수백개의 영상이 뜬다. 일본 청춘들에게 인기인 초미니주택은 입지가 시골이거나 낡거나 싼 물건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세련되면서 비싸다는 것이 특징이다. 좁은 공간이 재치있게 활용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 아메바뉴스는 지난달 일본 도쿄 중심부인 아카사카(赤坂)에 있는 1.5평짜리 초미니주택을 소개했다. 아카사카는 글로벌 기업 본사는 물론, 고급 상점·아파트·호텔 등이 몰려있는 번화가다. 외국인들이 일본에 거주할 때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뉴스에서 소개된 아카사카의 초미니주택 세입자는 IT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26세 남성 M씨. 신발 3켤레만 놓아도 꽉 차는 비좁은 현관을 지나 세 걸음만 걸으면 바로 거실이다. 실내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셔츠와 양복을 걸어두는 이동식 행거가 전부다. M씨는 “이사 오기 전에 불필요한 물건은 거의 다 버렸다”면서 “방에 큰 창문이 있어서 그렇게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M씨가 내는 월세는 10만엔(약 95만원).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훨씬 넓고 쾌적한 방을 구할 수 있지만, M씨와 같은 젊은이들의 입주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M씨는 “직장에서 가까워 출퇴근하기 편한 곳으로 거주지를 골랐고 대만족한다”면서 “잠만 자면 되니까 집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이나 책장은 필요없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부분 해결하니 짐이 많지 않다. “오래 전에 세탁실이 밖에 있는 곳에 살았는데 매우 불편했어요. 지금은 세탁기를 집 안에 둘 수 있고 화장실과 샤워부스도 독립 설치돼 있어 편리합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갭투자가 없고, 이사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본 현지의 센추리21 글로벌 코에이의 강동균 부동산자산관리사는 “일본은 1인 가구가 많아서 협소주택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협소주택은 월세 소득을 얻기 위한 대상으로 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순서는 이런 식이다. 주택을 저가에 사서 리모델링을 하면 월세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그러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매수세가 붙고, 이때 매각해서 차익을 남긴다.
도쿄 최중심지역 2~4평짜리 협소주택 월세는 9만엔 이상이며, 매매가는 2억~3억원 정도다. 강동균 관리사는 이어 “아카사카는 롯폰기 지역이라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싼 지역이고 향후 개발 구역을 봐도 미래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좋은 입지에 있는 저렴한 협소주택은 건물 사이에 끼어 있어 재건축이 아예 안 되거나 되더라도 용적률 제한으로 작아질 수 있고 일본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해 올캐시로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협소주택은 고령화와 미혼화로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0년 1인가구 비중이 전체의 38.1%였는데, 지난 2005년과 비교하면 8.6%포인트 증가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지난해 기준 1인가구 비중은 33.4%다. 지난 2005년만 해도 20%여서 일본보다 훨씬 낮았는데 빠르게 늘어나 조만간 일본을 따라잡을 기세다. 이달 초 나온 KB금융그룹 자료(2022년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20만가구인 국내 1인가구 수가 2030년 830만가구, 2040년엔 910만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의 협소주택 인기가 한국에도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부동산 트렌드 수업’의 저자인 박원갑 박사는 “소득과 주거 면적은 비례한다는 말이 있는데 초미니주택 인기는 일본 젊은이들의 월급이 오랜 기간 정체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아파트 주거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무리 1인가구가 늘어도 초미니주택에 수요가 몰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