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 25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두 달 새 9조원 가까이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하락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컸다는 뜻이다.
6일 국내 상장 기업의 주주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과 국민은행·하나은행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총 상위 30개 종목 중 3월 말 개인 투자자 보유 금액을 알 수 없는 현대차, 기아, 카카오뱅크, 하나금융지주, HMM 등 5종목을 제외한 25개 종목을 기준으로 5월 말 개인 투자자 보유 금액(176조1000억원)은 3월 말(184조8000억원)에 비해 8조70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3월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58조7000억원)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우선주(13조7000억원), 카카오(13조2000억원), 셀트리온(10조5000억원), 삼성물산(10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시총 2위인 LG에너지솔루션(7조6000억원 보유)과 3위 SK하이닉스(7조3000억원)가 다음이었다.
◇개미들 손실 코스피 하락폭 웃돌아
개인 투자자가 3월 말 기준 보유하고 있던 시가총액 상위 25개 종목의 주식을 5월 말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보유 주식의 가치가 8조7000억원 정도 감소했는데, 4.7% 정도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6% 하락한 것에 비해 감소 폭이 더 컸던 셈이다. 25종목 중 14종목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보유 주식의 가치가 감소했고, 11종목은 주가가 올라 가치가 증가했지만 25개 종목 전체적으로는 8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개인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카카오나 삼성전자 등의 주가가 코스피보다 더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 투자자 보유 금액 3위인 카카오 주식의 가치가 2조7000억원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5월 카카오 주가는 2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보통주의 가치도 1조9000억원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보통주 주가도 두 달 동안 3.2%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 주식의 가치도 1조5000억원가량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주가도 25.4%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72조 넘게 보유
개인 투자자는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을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72조40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는 3월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25개 종목 보유 금액 184조8000억원의 39.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개인 주주 수 역시 다른 시총 상위 종목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546만6000명으로, 그다음으로 주주 수가 많은 카카오(201만2000명)의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의 수도 133만8000명으로 LG에너지솔루션(141만2000명)보다는 적었지만, 네이버(90만4000명)나 SK하이닉스(81만9000명), 한국전력(71만5000명)의 개인 소액 주주보다는 더 많았다.
◇테슬라 20조 이상 보유
개인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을 함께 비교하면 삼성전자 보통주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주식은 테슬라다. 3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는 테슬라 주식을 168억6000만달러(약 20조40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애플(54억8000만달러·6조6000억원)의 보유 금액은 국내 주식 보유 금액 10위인 삼성SDI(6조1000억원)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