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라고 생각해서 투자했는데 (가격이) 더 내려가기만 하네요.” “결국 반 토막 났어요.”

최근 미국 대표 기술주에 투자하는 ETN(상장지수증권)인 ‘BMO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드’에 투자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주주 커뮤니티에서 수익률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이 ETN은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종목과 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 등 15개 미국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투자 상품이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하락률의 3배만큼 손실이 발생하는데, 올 들어 대형 기술주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을 본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ETN은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서학 개미가 해외 증시에서 10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하지만 올해 이 ETN에 투자한 서학 개미의 평균적인 투자 수익률은 -52.8%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 가장 낮다.

서학 개미들은 올 들어 해외 증시에서 116억4000만달러(14조8000억원)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순매수액(18조5000억원)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 모두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보다 더 떨어져도 ‘저가 매수’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서학 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본격적으로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2020년(196억1000만달러 순매수)이나 지난해(199억5000만달러) 연간 순매수 금액의 절반을 넘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순매수 금액은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올해 해외 주식을 사들인 규모는 국내 주식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2020년에는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이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의 44.8%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주식 투자가 크게 늘면서 이 비율이 36% 수준까지 줄어들었다가 올해는 다시 80% 수준으로 치고 올라간 것이다.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미국 뉴욕 증시의 S&P 500 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13.3% 하락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22.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9.8%)보다 더 많이 하락한 것이다. 서학 개미들은 미국 증시 대표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투자 성적은 ‘저조’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학 개미들의 저가 매수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수익률은 -31.4%다. 이 ETF는 나스닥 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품인데, 올 들어 나스닥 100 지수가 크게 하락한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순매수 3위인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 ETF의 수익률도 -26.3%였다. 이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데, 올 들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순매수 2위인 테슬라(수익률 -7.3%)나 5위 애플(-8.5%)의 추정 수익률 역시 저조한 수준이다. 이 두 종목은 그동안 서학 개미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안겨줬지만, 올해 신규 투자분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그치고 있다. 엔비디아(수익률 -22%)나 알파벳(구글·-15.3%), 마이크로소프트(-10%) 등 다른 미국 대표 기술주들에 대한 투자에서도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서학 개미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