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국내 게임사인 위메이드 주가는 814.7% 상승했다.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주가 상승률 4위였다.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기존 게임들은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승리하기 위해 돈을 내고 아이템 등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P2E는 그와 반대로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 등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산 가상 화폐인 ‘루나’와 ‘테라’의 가격 폭락 사태로 가상 화폐 시장이 전체적으로 약세에 빠지면서 ‘P2E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업체로 불똥이 튀고 있다. 게임 내에서 얻은 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바꾸는 매개가 되는 게임사의 가상 화폐 가격이 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19일 가상 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가상 화폐인 위믹스의 가격은 지난 18일 2207원으로 작년 말(1만1298원) 대비 80.5% 하락했다. 지난 3월 21일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가 시작된 컴투스의 가상 화폐 C2X 가격도 거래 첫날 종가 대비 66.4% 내렸다. 올 들어 위메이드 주가도 62.2%, 컴투스 주가도 49.6% 하락했다.

P2E 모델 외에도 지난해 국내 게임들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기술의 대표적인 적용 대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흔들리는 P2E 모델

현재 국내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하게 돼있다. 게임산업법이 게임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돈으로 바꾸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게임사들은 해외로 나갔다. 일단 해외에서는 P2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P2E 모델이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가 오르자 당장의 실적보다는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인 게임사들의 주가도 하락했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또 금리 상승의 여파로 가상 화폐 가격도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 화폐는 한때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의미에서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축소되는 국면에서는 마치 성장주처럼 가격이 약세를 보였던 것이다. 최근 테라·루나의 가격 급락 사태 역시 가상 화폐 시장에는 큰 악재였다.

증권사의 전망도 어두워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이슈가 되었던 P2E 게임과 관련된 기대감이 소멸됐다”며 “위메이드의 미르 4 이후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준 게임이 없고, 가상 화폐 가격도 많이 하락했다”고 했다.

여기에 ‘신규 게임의 부재’나 ‘기존 게임의 흥행 실패’ 등의 원인들이 겹치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는 올 들어 크게 하락한 상태다. 펄어비스는 올 들어 주가가 58% 하락했고, 크래프톤(-46.2%), 넷마블(-38.7%), 엔씨소프트(-32.3%) 등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주가 견인 못하는 메타버스

증권가에서는 “게임 산업이 전체 메타버스 산업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은 맞지만 현 시점에서 당장 주가를 견인할 만한 요인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꾸준히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하면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메타버스 게임이 출시될 수 있지만, 당장은 기존 게임과 크게 차별화되는 메타버스 게임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한다.

올 들어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기업인 로블록스의 주가가 68.4% 하락했다. 로블록스는 사실상 메타버스 산업을 상징하는 종목이었는데 올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도 지난 18일 77.92달러로 지난해 말(66.14달러)보다는 올랐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지난 1월 18일 종가(81.82달러) 대비 4.8% 하락한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메타버스 산업 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지만, 단기간에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내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