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증시 거래일인 29일은 그야말로 삼성전자의 날이었다. 시가총액이 40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주식이 하루에 4%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4% 넘게 오른 6만74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6만7600원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도 6만45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는데, 이날은 하루 종일 주가가 강세로 유지되면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4% 넘게 상승한 것은 지난해 12월 1일(4.35% 상승) 이후 처음이다. 4월에만 52주 신저가를 10번이나 갱신한 삼성전자에 속이 상했던 506만 소액 주주들은 이날은 “왕이 귀환했다”면서 환호했다.
지난 3월 25일 이후 25일 연속 순매도를 보여 왔던 외국인이 이날은 모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25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3조5000억원 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했는데, 이날은 1012억원 순매수했다.
다만 참을인(忍) 자를 그리며 손실을 감내해 왔던 개인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2854억원 어치 시원하게 내다 팔았다. 올 들어 최대 일별 순매도 금액이다.
최경진 한화투자증권 PB는 “전날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오면서 연준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에 제약이 걸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완화되면서 한국 등 신흥시장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세였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6.6원 내린 1255.9원에 마감했다.
이날 중국에서 날아온 규제 완화 소식도 주가에 긍정적이었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열린 4월 정치국 회의에서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발표됐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관세 상호 인하를 제안하고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의 상장폐지 관련 갈등이 해결되는 조짐도 나타나면서 중국 증시도 강세였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3000선이 붕괴됐던 상하이 증시는 이날 2%대 상승세를 보이면서 3000선을 회복했다.
그런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보고서가 5개나 쏟아진 날이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이날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등 대외 변수로 인해 당분간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종전 8만9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낮췄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날 9만6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내렸고,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9만7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도연 연구원은 “전쟁, 인플레 등 거시 이슈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실적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종전 10만5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17% 하향 조정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운사이클에 진입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양호했다”면서 “다만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목표 주가 산정시 반영하는 할인율은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종전 10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끌어 내렸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사상 최대 흐름에도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사업 부문별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압도적인 기술 격차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