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1~3월)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코스피200 같은 국내 증시 대표 지수보다 나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ESG는 기업의 단기적인 실적과는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투자할 종목이나 ETF를 고를 때 ESG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들이 추종하는 ESG 지수 18개(올 들어 산출을 시작한 3개 지수는 제외) 가운데 12개의 지난 1분기 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200(-7.3%)보다 높았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지수 10개 중에서는 6개, 다른 지수 사업자가 산출하는 지수 8개 중에서도 6개가 코스피 200 수익률을 넘었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ESG 우수 기업 ETF는 지난해에도 7.5%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지난 1분기에도 수익률이 1%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약세장에 선방한 ESG 지수
국내 증시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200 중에서 ESG 우수 기업들을 추린 ‘코스피 200 ESG 지수’는 지난 1분기에 -6.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1분기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데 따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코스피 200 수익률(-7.3%)보다는 높았기 때문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코스피 200 기후변화지수’의 수익률도 -7.1%로 코스피 200 지수 수익률을 앞섰다.
ESG 관련 지수들의 수익률 선방은 올 1분기에만 나타난 깜짝쇼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코스피 200 ESG 지수는 지난해 수익률이 6%로 코스피 200(1.3%)보다 높았다. 올 1분기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ESG 지수는 2개였는데, 이 지수들은 지난해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의 ‘KRX Governance Leaders 100′은 올해 수익률이 0.2%인데 지난해 수익률은 13.9%였다. ‘WISE ESG우수기업 지수’도 지난해 8%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0.7% 상승했다.
ESG 지수의 선전은 해외 증시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한자산운용의 미국 S&P500 ETF가 추종하는 S&P500 ESG 지수는 ESG 평가가 저조한 기업들을 제외하고 구성된 지수다. 페이스북(메타)이나 넷플릭스 등 대형 주가 이 지수에서는 빠져있다. 지난 26일 기준 이 지수의 3년 수익률은 49.6%로, S&P500지수(42%)보다 7.6%포인트 높았다. 신한자산운용은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ESG 지수의 초과 성과가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ETF 수익률도 시장 수익률 넘어서
ESG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도 1분기에 코스피 200보다 나은 성적을 올렸다. ‘ARIRANG ESG우수기업’이 1% 수익률을 올렸고, ‘FOCUS ESG리더스(-0.8%)’, ‘KODEX MSCI KOREA ESG유니버설(-6.6%)’,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6.6%)’, ‘KINDEX ESG액티브(-6.7%)’ 등도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코스피 200의 수익률을 앞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록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약세장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성과를 기록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ESG ETF들이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ESG가 ‘당위적’인 영역을 넘어서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실체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이원일 ESG 지원부장은 “이제는 ESG가 정부 정책에 반영돼 기업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투자자가 투자 대상을 고르거나 소비자가 이용할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를 때도 일종의 기준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했다. 기업들도 협력 업체를 고를 때 ESG를 고려하는 등 이제는 기업이 수익을 내려면 ESG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