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애그(Agr·농업)테크 전성시대다. 14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옥수수 관련 파생상품들이 일제히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신한 옥수수 선물 ETN(상장지수채권)은 장중 1만2860원을 찍으면서 지난 2015년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래에셋 레버리지 옥수수 선물 ETN도 장중 3만6455원, 하나 레버리지 옥수수 선물 ETN도 장중 3만482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였다. ETN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마찬가지로 거래소에 상장돼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채권으로, 증권사가 직접 만들어 판다.
옥수수 선물 가격에 연동되어 움직이는 신한 옥수수 선물 ETN은 올 들어서만 30% 올랐다. 옥수수 가격 움직임의 2배 수익률이 나오는 미래에셋 옥수수 레버리지 ETN은 올해 상승률이 70%에 육박한다.
신기동 순살브리핑 대표는 “미국 농무부 (USDA)가 발표하는 옥수수 경작 면적은 한 해 생산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데 최근 조사에서 옥수수가 미국 내 경작 면적 1위 자리를 콩에게 빼앗겼다”면서 “이는 USDA가 경작 면적 조사를 시작한 100년간 단 3번 발생한 일로,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옥수수 가격 방어를 위해 경작 축소를 요구했던 1983년,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수출량이 크게 줄었던 2018년, 그리고 지금이라는 것이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는 정부의 일시적인 정책 때문이라 상황이 오래 지속되진 않았지만 지금은 통제가 불가능한 시장 현상인 만큼, 이전보다 문제가 더욱 길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 대표는 특히 가축 사료의 95%를 차지하는 옥수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육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가축 사료 가격이 오르면 육류 가격이 덩달아 상승하고 육류를 기반으로 한 상품들의 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릴 것”이라며 “전세계 밥상 물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옥수수 수급에 차질이 생길까 긴장하면서 식량 안보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에서 옥수수 수요의 3분의 2는 돼지 사료용이다. 만약 옥수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료에 영향을 주고,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게 된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15%에 달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중국 수뇌부는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식량 안보는 국가의 중대사”라며 “식량 안보 문제에서 한치의 느슨함이 있어서는 안 되고 국제시장에 의지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17억명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식품과 에너지, 금융 등 ‘3차원 위기’를 거론하며 코로나와 기후 변화로 이미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엔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세계의 ‘빵바구니(breadbasket)’라고 부르면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연초보다 30% 이상 올랐고, 이들 두 나라에서 밀의 50%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36개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