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은 지난 2008년 세계 최대 참치브랜드인 스타키스트(Starkist)를 인수했다./동원산업

동원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동원산업 합병이 여의도 증권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이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하는 형태인데, 소액 주주들은 동원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동원산업은 전날보다 14.2% 내린 22만75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몰리면서 평소 1만주 안팎이던 거래량은 이날 6만주 가까이 급증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의 지주회사로, 상장사 중에는 총 3곳(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의 자회사가 있다. 이들 3개 상장사의 지분을 60~80%씩 많이 갖고 있는 최대주주가 동원엔터프라이즈다. 동원산업의 최대주주 역시 동원엔터프라이즈로, 62.7%를 보유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지분 68.3%)이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고, 형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다.

지난 7일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한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한편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은 동원산업의 기업 가치가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상태에서 합병이 진행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자산 3조519억원을 보유한 동원산업은 지난해 매출 2조8022억원, 영업이익 2607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11일 기준 시가총액은 8366억원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낮을수록 저평가)은 0.6배 정도로, 청산가치(1배)에도 미치지 않는다.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이자 싱가포르 헤지펀드 매니저인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미국의 국민 참치로 통하는 스타키스트 가치를 거의 제로로 평가하다니, 이런 합병 비율은 전형적인 일반 주주의 권리 침탈 행위”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사태가 이미 나라를 도탄에 몰아 넣었는데 아직도 이런 거래를 하려고 하다니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동원산업은 지난 2008년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김 회장은 “연결 재무제표에 나와있는 스타키스트의 순자산가치는 6500억원인데, 이번 합병에는 이런 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동원산업 주가를 최대한 눌러서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다”면서 “스타키스트의 성장성을 믿고 장기간 투자하며 버텨온 가치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본시장법상 합병시 기업 가치를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로 산정해 평가할 수 있는데 동원산업의 사외이사들은 불리한 기업가치 산정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수기 역할만 했다”면서 “대주주에게 유리하고 일반 주주에겐 불리한 합병에 반대하는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을 모아 소송 등으로 집단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3%를 소유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하면 지주회사인 동원산업 지분 48.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증권가에서도 동원그룹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의구심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의 비상장 지주사로, 이번 합병으로 동원그룹 지주사가 증시에 상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비상장 지주사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원산업 관계자는 “동원산업은 상장사이고 동원엔터프라이즈 역시 대부분의 자산이 상장사 주식이어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시가로 평가해서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동원산업의 주가에는 이미 스타키스트의 가치가 녹아져 있는 것이므로, 합병 비율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합병 이후 동원산업의 지분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48.4%),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17.4%), 자사주(20.3%)로 바뀌게 된다. 현재 동원산업 유통 주식 비율은 29.45%인데, 합병 이후 동원산업의 유통 주식 비율은 13.9%로 합병 이전보다 더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