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학개미의 선택은 ‘돈 나무’가 아닌 ‘안티 아크’였다. 돈 나무는 서학개미들이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대표를 부르는 일종의 별칭이다. 올 들어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기술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아크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를 순매도하고, 이 ETF와 정반대의 가격 흐름을 보이는 소위 안티 아크 ETF(터틀 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 ETF)는 순매수한 것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15일까지 서학개미들은 아크 이노베이션 ETF를 678만달러 순매도했다. 지난해 이 ETF를 3220만달러 순매수한 것과는 다른 가격 흐름이다. 반면 서학개미들은 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손실이 날 때 그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터틀 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 ETF는 266만달러 순매수했다.

◇기술주는 저가매수, 아크는 순매도?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수익률은 -33.5%에 그쳤다. ETF가 투자하는 주요 기술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기업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 성격의 기술주들은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 금리가 오르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 가치가 작아지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전기차 기업 테슬라(7.9%)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도 17.5%나 하락했다.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담고 있었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로쿠의 올 들어 수익률은 -47.5%고, 원격 의료 업체 텔라닥의 주가도 30.4% 하락했다.

캐시 우드 대표는 현재 주가가 하락세인 기술주들이 주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게임 플랫폼 기업인 로블록스 주식 등을 사들이면서 여전히 ‘혁신’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안티 아크 “성장주 주가 과도”

터틀 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 ETF는 쇼트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놓고 아크 이노베이션 ETF를 ‘저격’하는 ETF다. ETF를 지칭하는 기호도 ‘SARK’로,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하루 손실만큼 수익을 내는 ETF다. 이 ETF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혁신 산업’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하는 차세대 인터넷, 전기차, 유전공학, 핀테크 기업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부진 속에 올 들어 터틀 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 ETF는 선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되찾으면서 수익률이 일부 낮아지기는 했지만, 올 들어 이 ETF의 수익률은 33.7%에 달한다.

◇서학개미 “테슬라는 산다”

서학개미들은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핵심 투자 종목인 테슬라는 올 들어서도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13억달러어치 순매수하며 테슬라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기술주 주가가 하락하자 기술주 반등에 대한 서학개미의 기대감은 더 커진 상태다. 올 들어 서학개미가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산 종목은 나스닥 시장 주요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 100 지수 하루 수익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다. 이 ETF를 12억7000만달러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 ETF는 나스닥 100 지수가 하락하면 하루 하락률의 3배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