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 평균 금액이 지난 1월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섰다./이민경 디자인랩 기자

“건보료를 10만원도 안 내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나요. 10만원만 내면 소원이 없겠네요.”

“30년 된 경기도 아파트에 살고 12년 된 자동차 한 대인데도 30만원씩 나오는데 도대체 누가 10만원씩 내고 있는 건가요?”

지난 달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월 평균 보험료가 10만7630원이라는 뉴스가 나오자, 1400만 지역 가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프지 않아서 병원에 잘 가지도 않는데 평균 건보료 대비 많이 내고 있었거나 혹은 장사도 잘 되지 않는데 매년 커지는 건보료 부담 때문에 억울해하는 가입자들이다.

50대 무직자인 A씨는 “수도권 작은 아파트에서 근근이 살고 있고 차도 없고 직업도 없는데 매달 20만원씩 내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지출할 돈도 많고 주식 투자로 손해도 커져서 허리띠를 졸라 매는 중인데 매달 20만원씩 내려니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는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 자동차 등까지 모두 합쳐 점수를 매겨 부과된다. 그런데 해마다 보험료율이 오른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 집값 상승 등이 겹쳐지면서 최근 들어 부담이 꽤 커졌다.

8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 상승률은 23%에 달했다. 건강보험 혜택은 감사한 일이지만, 빠듯해진 살림에 가파르게 오르는 비용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부 대선 주자의 공약에 ‘건보료 제도 개편’이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일러스트=이동운 기자

지금도 이미 부담스러운 건보료는 오는 7월 제도가 개편되면 한층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피부양자 자격 유지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면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며, 건보료 부담이 쇼크 수준으로 커진다. 잘 몰라서 손해 보는 일이 없으려면, 미리 공부해둘 필요가 있다.

유튜브 ‘연금이야기’ 진행자인 차경수씨는 “오는 7월부터 건보료는 소득 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반면 재산 기준은 다소 유연해져서 공제 금액이 현행 500만~12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면서 “건보료 부담을 덜려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며, 금융상품에 가입할 땐 건보료 득실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7월 건보료 제도 개편을 앞두고 증권사들도 금융소득발(發) 건보료 부담에 대비하는 투자 매뉴얼을 만드느라 바쁘다.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고령자들이 특히 금융상품에 가입해서 생긴 소득 때문에 건보료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닐지 궁금해 한다고 한다.

8일 유진투자증권 WM추진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소득세 과세 기준과 건강보험 제도 반영 기준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1년 12월까지 가입한 금액은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지만 2002년 1월부터 가입한 금액은 종합과세 대상이다. 그런데 건보료는 과세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연금 수령액 전액이 무조건 부과 대상이다(현재 30%, 7월부터 50% 반영).

또 사적연금(개인·퇴직연금)의 경우 연간 1200만원을 초과해 수령하면 종합과세 대상이지만 건강보험은 종합·분리과세 여부와 관계없이 한 푼도 반영하지 않는다.

차경수씨는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싶다면 만기가 3년인 주가연계증권(ELS) 등 장기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유의해야 한다”면서 “ELS 가입 후 조기 상환에 실패해서 3년 만기 시점에 한꺼번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게 되면 그 해 금융소득이 커져 피부양자 자격을 잃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보료 부담 없이 금융상품을 활용하고 싶다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과 같은 사적연금 가입을 우선 고려하라고 차씨는 조언했다.

구분내용
이자∙배당소득 연 1600만원, 국민연금(세전) 2000만원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연 2000만원)은 아니지만 연 소득액이 3600만원으로 피부양자 자격 상실(2000만원 초과)
이자∙배당소득 연 1500만원, 개인연금 1500만원금융소득 1500만원으로 2000만원 이하에 해당해 피부양자 유지(개인연금은 연 1200만원 초과로 종합과세, 건강보험엔 미반영)
이자∙배당소득 연 1900만원, 주택임대(월세) 수입금액 400만원(임대사업자 미등록 기준)주택임대소득이 0원(사업소득 없음)이므로 피부양자 유지 가능(연 소득금액 2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이면서 투자로 1년에 2000만원 이상 고수익을 내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만약 3억짜리 전세에 살고 있으면서 이자·배당으로 2100만원을 벌었다면, 작년까지는 자녀 직장보험의 피부양자로 얹혀서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오는 7월 제도가 바뀌면 2000만원 초과 소득 기준에 걸려서 지역 가입자로 바뀌고, 전세 보증금까지 건보료 부과 대상으로 잡혀서 매달 27만5000원씩 건보료를 내야 한다(전세 보증금의 30% 반영).

은퇴 생활자 B씨는 “강남에서 10억 넘는 고가 전세에 사는 사람들도 건보료를 내라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3억짜리 거주지 보증금에까지 건보료를 매기는 것은 과한 것 같고, 5억 이상 전세 보증금에 대해 조금씩 체증하는 방식으로 부과하는 방식이 어떤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