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가지수 50% 빠지는 거 보고 기회다 싶어 들어왔는데 상폐(상장폐지)라니, 이거 뭔가요?”
국내에서 판매되는 러시아 펀드 중 유일하게 실시간 러시아 증시 상황을 반영하는 ‘KINDEX 러시아 MSCI(합성)’ ETF(상장지수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4일 큰 충격에 빠졌다. 이 ETF가 투자한 러시아 주식들의 가치가 사실상 ‘0원’으로 평가되면서 휴지조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7일부터 거래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ETF는 이날 증시 개장 직후 하한가(-30%)로 추락하며 1만7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3일 2만5510원이었던 가격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4일부터 급락해 그동안 60% 폭락했다. 팔겠다는 사람만 있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 이날 체결되지 못한 매도 잔량만 45만주가 넘었다.
이 ETF의 순자산 가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가 러시아 대표 종목을 추려 만든 별도 지수에 따라 변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 투자됐던 글로벌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러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최근엔 러시아 증시의 거래마저 정지됐다. 지수를 산출할 수 없게 되자 MSCI는 9일 종가부터 이 지수를 포함한 모든 러시아 주식에 대한 가치를 0.00001원으로 매기기로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해당 종목의 가격 산출이 어려워진 만큼, 후속 피해를 막기 위해 신속한 거래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0일부터는 상장폐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기존 투자자들은 청산 후 남은 순자산 가치를 나눠 갖게 되지만, 평가받을 자산 가치가 0원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빈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긴장감이 고조될수록 더욱 열성적으로 러시아 ETF를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한 달 전인 2월 4일 이 종목 시가총액은 86억원에 불과했지만, 불개미들의 강심장 베팅이 이어지면서 3일에는 230억원까지 불어났다. 침공 이튿날인 지난달 25일에는 개인들이 184억원어치를 사들여 이 종목이 상장된 이후 하루 최고 매수 기록까지 썼다. 한국거래소는 올 들어 이 종목의 괴리율(실제 가치 대비 시장 가격 차이)이 너무 높다면서 13차례 경고를 줬지만, 불개미들의 강심장 베팅을 막지 못했다.
해외에서도 러시아 관련 ETF 상장폐지가 시작됐다. 미국 자산 운용사 디렉시온은 자사 러시아 투자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2배 ETF’의 거래를 11일 중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