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만성 저평가에 빠져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자는 이른바 ‘세이브 코스피 운동’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28일 현재 2만명 넘게 동의했다.

“아무리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해야 한다지만 주가수익비율(PER·낮을수록 저평가) 0.9배가 말이 됩니까. 국가 PER는 10배이고 미국은 20배나 되는데, (이 회사는) 1배도 안 된다니 정말 이상한 상황입니다. 우주와 수소는 물론이고, 반도체, 2차전지, 방산까지 다 달고 있는데...”(수퍼개미 김정환씨)

28일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한화가 전날보다 2.9% 오른 3만35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한화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2조8361억원, 영업이익 2조927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해 2조1621억원에 달했다. 모두 신기록이었지만, 주가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소액 주주들은 “한 회사의 영업이익이 시가총액을 추월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식 투자자 이모씨는 “작년 영업이익이 2조9000억을 넘었는데, 시가총액은 2조3000억원도 되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아니고 PER가 0.9배라니, 과연 한국 증시에서 실적을 분석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시각은 썩 좋지 않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인 진모씨는 “한화는 자회사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지배주주 순이익을 살펴 봐야 한다”면서 “주요 자회사인 한화생명에 자본 확충 이슈가 걸려 있어서 자산 가치를 100% 믿기 어렵다는 인식도 크다”고 말했다.

진씨는 이어 “승계와 관련된 합병 노이즈까지 겹치면서 한화 주식을 누른다는 심리적인 악재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은 연결 회계로 인해 숫자만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일 뿐, 실제 지배주주 순이익은 9000억원 수준으로 보인다고 진씨는 덧붙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적자여도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많은 것처럼, 실적과 주가가 반드시 정(正)의 상관 관계를 보이진 않는다”면서 “회사의 본질 가치와 시장에서 바라보는 회사 주가에 괴리가 큰 상황인데, 회사도 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등 자회사가 고르게 호실적을 거두면서 지난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28일 설명했다.

일산에 살고 있는 왕개미 A씨는 “보통 영업이익의 10배를 시총으로 봐야 하는데 한화 같은 지주회사 그룹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면서 “국내 시장에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지주회사보다는 사업회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정된 돈이 사업회사만 산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경우엔 패시브 성격의 자금이기 때문에 지주회사는 사지 않는다. 실제로 이달 들어 연기금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화 주식을 순매도했다.

A씨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도 지주회사인데, 한국의 지주회사도 언젠가는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버크셔는 2년 동안 전체 시총의 9%만큼 자사주 소각을 하고 있는데, 한국 지주회사들도 재평가를 받으려면 (버크셔처럼)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여성 주주가 워런 버핏 사진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연합뉴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은 해외와 달리 지주사와 자회사가 모두 같은 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보니 그 가치가 더블카운팅(중복계산) 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지주사들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이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높아진 만큼, 더블카운팅(중복계산)을 인정하더라도 지주사에 대해 고민해볼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접투자 상품인 ETF(상장지수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그룹 전체를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지주회사 투자에 대한 인식도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자회사들의 가치가 증가하는 지주사는 주가가 가치를 따라간다는 시각에서 보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주회사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소액주주를 배려하는 물적분할 정책 또는 나스닥과 같은 선진시장에 상장하는 방법 등으로 지주사 할인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