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일을 열흘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대선 테마주들의 주가가 지난해 연초 이후 기록한 고점 대비 거의 절반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테마주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테마주 모두 고점 대비 높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부산을 위해, 나를 위해 이재명아이가!' 부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뉴스1

지난해 급등한 대선 테마주들이 고점의 반 토막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선에서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대선 테마주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도 남아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임대업체 이스타코는 지난 25일 179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최고점 대비 75.1% 하락한 수준이다. 이스타코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인 ‘장기 공공 주택 정책’ 수혜주로 분류되며 지난해 6월 29일에는 7200원까지 올랐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테마주인 NE능률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 회사는 최대 주주인 윤호중 hy(옛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윤 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었다. 지난해 6월 9일에는 주가가 2만7750원까지 올랐었는데, 현재 주가는 1만3400원으로 고점 대비 51.7% 하락한 상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테마주인 안랩 역시 지난달 5일 12만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지난 25일에는 6만8800원에 머물렀다.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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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테마주, 후보 가리지 않고 하락세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는 대선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대선 주자 등 정치인과 관련된 인터넷상의 소문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 ‘사이버 얼럿(cyber alert)’을 발령한 횟수는 총 32회로 직전 대선이 있었던 2017년(39회) 다음으로 많았다. ‘윤석열 테마주’와 관련해 16번, ‘이재명 테마주’를 대상으로 11번 사이버 얼럿이 발령됐다.

하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대선 테마주 주가는 후보에 관계없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 한국종합기술은 지난해 6월 주가가 1만2200원까지 올랐었지만, 지난 25일 종가는 6480원이었다. 또 다른 이재명 테마주인 글로벌에스엠도 지난해 3월 주가가 1415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25일에는 주가가 957원으로 지난해 고점보다 32.4% 낮아졌다.

선거일 13~24거래일 전부터 급락한 대선테마주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됐던 웅진도 25일 주가(1830원)가 지난해 6월 3일 기록한 고점 3835원보다 52.3% 낮았다. 또 다른 윤석열 테마주 깨끗한나라 역시 25일 주가가 4105원으로 지난해 4월 최고점(852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이 이번 20대 대선을 앞두고 83종목이 대선 테마주로 분류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선 후보와 회사 경영진 사이에 공통 지인이 있는 경우’가 44%로 가장 많았다. 대선 후보와 회사 경영진의 사적 인연(18%)이나 학연(16%) 때문에 테마주로 분류된 경우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지난해나 올해 초 기록한 고점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어느 대선 후보의 테마주나 마찬가지다. 사진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뉴스1

◇선거일 임박하면 더 빠지는 테마주

과거 대선에서도 대선 테마주 주가는 선거일이 임박한 시점부터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길남 위원이 18~19대 대선에서 지지율 상위 후보 두 명의 테마주 64종목을 분석한 결과, 선거일 13~24거래일 전부터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64개 종목의 대통령 선거일 291거래일 전 주가지수를 100으로 설정했을 때 18대 대선에서는 대선 15거래일 전 196.35이었던 지수가 선거 당일에는 111.39로 43.3% 하락했다. 19대 대선 때도 대선 23거래일 전 206.99였던 지수가 선거 당일 138.27로 33.2% 하락했다.

남 위원은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대선 테마주에 대한) 공매도 거래가 규제되고 있기 때문에 선거일에 임박해서 주가가 하락했던 패턴이 약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향후 주가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기에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지난해 5월부터 공매도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대선 테마주들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로 공매도 허용 종목이 아니다. 당장 이번 대선 전후로 테마주들의 주가 하락 폭이 과거보다 작을 수는 있지만, 이후 주가 하락 국면이 시작되면 하락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