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티큐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앞에 TQQQ라고 적힌 티셔츠까지 나왔다. 가격은 배송비 포함 5만7000원. 싸진 않다.

“5년간 600% 올랐어요. 애플 같은 전세계 최고 기업들만 모여 있는 정예 부대인데 겁이 왜 나나요. 자고 일어나면 사고 터지는 한국 주식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계속 우상향했어요. 앞으로 10년 이상 모아갈 생각이라서 하락이 오든, 상승이 오든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인플레와 전쟁 우려로 앞이 깜깜해진 지금, ‘티큐, 속슬, 흥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혹은 ETN) 3형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ETF란,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펀드로,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된다.

티큐, 속슬, 흥구는 미국 주식시장의 티커(주식 코드)인 TQQQ, SOXL, FNGU를 한국어로 친근하게 바꿔 부르는 것이다. 3형제는 기초자산 움직임의 3배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5년 동안의 티큐(TQQQ) 주가 추이. 티큐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에 비해 수익률 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한다.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재무제표, 실적 발표, 이슈 등을 항상 공부해야 하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3형제 중 맏형 격인 티큐는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 모은 종목 1위였다. 정확한 상품명은 ProShares UltraPro QQQ ETF. 올 들어 8억달러(약 954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나스닥 100지수 수익률의 3배를 노리는데, 작년 한 해만 83%의 성과를 올린 괴물 같은 상품이다. 나스닥 100지수가 오르면 3배, 내릴 때도 3배로 움직이는 화끈함이 특징이다.

속슬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다. 올해 순매수 금액 기준 4위다. 반도체라는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꽤 공격적으로 느껴지는데, 3배 레버리지(3X)까지 겹쳐지는 것이니 그야말로 야수의 심장을 위한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텔,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등의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과거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최근 5년간 730%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82%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엄청나다.

순매수 순위 9위를 기록한 흥구는 FANG을 비롯한 기술주에 3배 레버리지(3X)로 투자한다. FANG은 미국 IT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 지금은 메타),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 등 4개 기업이다. 캐나다 투자은행인 몬트리올 뱅크(BMO)가 운용한다.

올해 순매수 순위상품명순매수 금액
1위 티큐(TQQQ)PROSHARES ULTRAPRO QQQ ETF8억515만달러
4위 속슬(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3억9717만달러
9위 흥구(FNGU)MICROSECTORS FANG INNOVATION 3X LEVERAGED ETN1억4516만달러
11위DIREXION DAILY TECHNOLOGY BULL 3X SHS ETF1억177만달러
16위BMO MICROSECTORS FANG+ INDEX 3X LEVERAGED ETN7057만달러
19위DIREXION DAILY SP BIOTECH BULL 3X SHS ETF5907만달러

지난해 티큐, 속슬, 흥구 등 3형제는 빛나는 수익률을 거두면서 투자자들을 기쁘게 했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해 23일(현지시각) 1만3037.49에 마감했다. 연중 최저점이며, 작년 5월 이후 최저다. 나스닥 하락으로 티큐는 올해 47% 하락했고, 속슬은 50%, 흥구는 54% 빠졌다.

인플레, 긴축, 전쟁 등 칵테일 악재가 계속해서 터진 것이 원인인데, 한국인들의 3형제 사랑은 약해지긴커녕,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올해 미국 3배짜리 레버리지 3형제에 한국인이 쏟아부은 돈은 약 13억48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로 20~30대 젊은층에서 특히 인기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3배 3형제에 왜 이렇게 자금 쏠림이 나타나는 것일까.

첫 번째 원인은 오랜 기간 우상향 곡선을 그려온 나스닥 성공 신화에 대한 믿음이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특히 나스닥 기술주에 대해서는 종교와도 같은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미국 본토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나스닥 100지수 ETF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곳이 놀랍게도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이어 “3배짜리 ETF 투자자들은 거치식으로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1000달러 자금이 있으면 100달러씩 나눠서 모아간다”면서 “나름대로의 분산투자 철학을 세워서 투자해 나간다”고 했다.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추가로 더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 관리도 철저하게 지킨다고 그는 덧붙였다.

3배 3형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돈을 굴리고 있다는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3배 ETF가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부자가 되겠느냐, 무섭다고 가만히 있으면 부자는 그냥 꿈으로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서학개미들이 올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 상품인 3배 레버리지(3X)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 /일러스트=이동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가상화폐 매매에서 익힌 학습 효과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형 운용사 임원 B씨는 “부동산 시장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벼락거지’가 늘었고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최근 정부 규제로 부동산 대출이 막히고 가상화폐 시세도 횡보하면서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3배 ETF 상품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한국 증시 모두 올해 조정을 받으면서 손실 중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손실 만회에 대한 조급증이 3배 레버리지 상품 매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증시가 꺾이고 변동성이 심해진 지금, 공격적인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원금을 복구하려는 본전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미국 시장은 혁신이 넘치고 투명하며 배당도 잘 줘서 주주가 되기에 좋은 시장임은 분명하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미국 주식이 매년 불패였던 것은 아니며,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과하게 반영되면서 성장주 열풍이 불고 난 이후에는 오랜 기간 후유증을 겪었던 과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