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의도 증권사들이 대선 이후 국내 주식 시장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속속 내놓고 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D-14 한국 대선 미리보기’ 보고서에서 “과거 대선 전후 시장 흐름을 보면, 대선 자체는 지수 차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않지만, 업종 단위에선 정책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이 가능하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주로 친환경,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건설·원전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두 후보의 공통적인 공약도 있는데, 모두 5G나 클라우드 같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신기술 육성에도 관심을 피력했다”면서 “또 두 후보 모두 방역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리오프닝 주식도 테마로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23일 “통상 선거 공약에는 시대상이 담기게 되는데, 당시 유권자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내용, 시대의 아픔이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노태우 대통령은 군부 출신이었지만 정권 연장 필요성 때문에 인권과 개혁 등 파격적인 공약을 많이 포함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공정 등의 가치를 내세웠지만 성장 중심의 공약이 대거 들어갔었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과거 통계를 살펴 보면 주가는 선거 전 3개월 동안에는 부진한 경우가 많았고 선거 이후 3개월, 12개월 후에는 75% 이상의 확률로 상승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실제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는 각 당의 노선이나 후보 공약보다는 당시 경제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앞서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14일 펴낸 보고서에서 “과거 대선 이후 증시를 살펴보면 대선 후 일관된 패턴은 아니지만 증시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직선제가 시작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살펴보면, 증시는 대선 이후 7번의 사례에서 취임 첫 해 코스피 상승률이 평균 20%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변 연구원은 이어 “하지만 취임 첫해 코스피 상승률은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둔화되는 추세”라며 “최근 4회 또는 3회 평균 등락률은 오히려 하락했고, 최근 2회 평균 등락률은 2% 상승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대통령 취임 후 증시가 상승했던 사례들도 대통령의 경기 부양이나 새 정책 기대감 등이 반영됐다기보다는 세계 경기 호조, 우호적 증시 환경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변 연구원은 “현재 경기 상황이 긴축적 스탠스를 필요로 하는 만큼 거대 양당 후보들의 구체적이고도 새로운 정책 모멘텀 혹은 강한 경기 부양 의지가 표출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주택 공급이 주요한 정책적 이슈로 부각되는 만큼, 대선 이후 건설주에 대한 관심은 단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변 연구원은 “공약들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공급을 늘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아 대선 후 정책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건설주를 대선 전에 매수하고, 대선 1∼2주 후 매도하는 단기 전략이 낫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