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세력 때문에 (잘 모르고) 따라붙듯 매수했다가 피해자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증권업계 관계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주가가 약세를 보인 21일, 개장 후 바로 상한가로 직행한 종목이 있다. 바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로 알려져 있는 맘스터치다. 이날 맘스터치는 개장하자마자 5분 만에 바로 상한가(8220원)를 찍더니 이날 정오까지도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맘스터치는 지난 18일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장내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며,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다음 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를 신청하겠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지난 달 2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공개매수를 해서 보통주 1398만7056주를 확보했으며, 최종 지분율은 97.94%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공개 매수 가격은 6200원이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상장 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투기 세력은 회사 측의 자진 상장폐지 공시에서 ‘투자자 보호 대책’ 내용을 강조하며 순진한 개미들을 유혹하고 나섰다(아래 공시 내용 참고).
회사 측은 지난 18일 낸 공시에서 투자자 보호 대책에 대해 “상장 폐지가 이뤄진 후, 소액 주주가 남아 있으면 일정 기간 동안 매도하고자 하는 소액 주주들로부터 그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근거로 일부 동호회 등에서 ‘알박기 투자’가 가능하다고 부추긴 것이다. 회사가 10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줄 것이라고 뉴스를 흘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맘스터치 관계자는 21일 “이번 공개매수 기간에 15% 가량의 소액 주주 지분을 6200원에 사들였다”면서 “상장폐지 이후에도 소액 주주 보호 차원에서 주식은 사주겠지만, 6200원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는 사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더 비싼 가격으로 매수한다면, 15%의 주주들이 손해를 입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날 주가가 왜 급등한 건지, (우리도) 모두 당황하고 있다”면서 “현재 남아 있는 물량이 210만주 정도로 적기 때문에 이상 급등세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맘스터치는 개장 후 3시간 동안 120만주 가까이 거래되었는데, 남아 있는 유통 물량의 절반이 손바뀜된 셈이다.
이날 이해할 수 없는 맘스터치 상한가 급등을 지켜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년 전에 국내 증시에서 화제가 됐던 쌍용양회(현 쌍용C&E)의 폭탄 돌리기 사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쌍용양회는 유통 물량이 적은 우선주에 대해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 2020년 9월 상장폐지 결정이 공시되기 직전, 쌍용양회 우선주 주가는 1만4000원 정도였다. 최대 주주는 공개매수 가격으로 1만550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장폐지 결정 이후에 주가는 이상 급등했고, 한때 장중에서 8만6100원까지 올랐다. 회사 측은 여러 번 공시를 내면서 투자자 유의 사항을 알렸지만, 주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고공 행진을 계속했다. 결국 쌍용양회 우선주는 2020년 11월 예정대로 상장 폐지됐다. 거래 마지막날,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37억원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알박기 투자로 상장폐지 이후의 대박을 노리며 23만주를 보유하고 버텼던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거래 마지막 날은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는 평가 손실이었지만, 상장 폐지 이후 내심 꿈꿨던 것처럼 수십배 더 비싼 가격에 회사 측에 매도할 수 있었을까?
쌍용C&E 관계자는 21일 “상장 폐지 이후 남아 있던 개인 투자자들은 원래 회사의 공개 매입 가격이었던 1만5500원에 대부분 팔고 떠났다”고 말했다. 쌍용양회 우선주는 거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020년 11월 11일 2만5350원으로 마감하며 자취를 감췄다. 거래 마지막날에만 팔았어도 손실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무식유죄’라는 말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