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나온 '제20대 대선 프리뷰' 보고서의 표지 일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주요 정책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자본시장, 부동산, 게임·플랫폼과 가상자산, 에너지와 탄소중립 등 총 4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유안타증권

지난 달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새로운 공약을 내놨다. 탈모 샴푸업체인 TS트릴리온 주가가 즉각 반응했다.

1월 5~6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동전주 신세를 벗어나 지폐주가 됐다. 작년 말 779원이었던 주가는 196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11일 TS트릴리온 주가는 1180원에서 마감됐다. 최고점 대비 40% 하락한 수준이다. 동전주일 때 미리 사놨다가 지폐주가 됐을 때 팔았다면 수익을 거뒀겠지만, 단기투자 목적에서 주가 상승기에 진입했다면 대부분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후보들의 입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후보들의 입을 통해 정책 공약이 구체화되면, 관련 주식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테마주는 통상 핫머니가 몰려가기 때문에 주가가 춤을 추지만, 그 중에서도 대선 테마주는 10배짜리가 수두룩하다고 해서 ‘5년에 한 번 오는 로또’라고 불린다. 대선 후보의 공약과 표심을 잘 읽어 선제적으로 투자하면,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장미 대선’ 때도 대선을 앞두고 극심한 정책 테마주 열풍이 불었다.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출산장려, 미세먼지 감축 등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과 관련된 종목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 2017년 3월 27일 조선일보 지면의 일부. 대선 테마주는 대부분 거품주인 만큼 쳐다보지도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과연 테마주 투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쉬울까? 지금 계좌가 손실 상태인 투자자 입장에선 급등하는 테마주에 올라타야만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대선 테마주 매매를 욕심 내는 투자자들을 위해, 과거 대선 때 테마주에 투자했던 개인들의 성적표를 찾아봤다.

5년 전 장미 대선이 끝난 뒤, 한국거래소가 19대 대선 테마주 224개 종목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선 테마주 투자자의 96.6%는 개인 투자자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체 종목의 83%에 달하는 186개 종목이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다.

거래소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테마주에 투자했던 개미 투자자들은 평균 61만7000원의 손실을 봤다”면서 “테마가 소실되면 주가가 바로 급락해 주가 상승기에 사들인 개인 투자자는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18대 대선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계좌당 70만9000원을 테마주 투자로 잃었다.

물론 역대 대선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번 테마주 투자로 손해를 보고 참패했지만, 이번엔 대박을 터뜨릴 지도 모른다.

다만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는 굉장히 차갑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선은 공약 위주로 봐야 하는데, 유력한 두 후보가 내세우는 게 정반대라서 지금은 관련주 투자를 생각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신재생 에너지 테마도 현 정부 쪽에서 집행이 멈춘 상태이고, 중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 때문에 수출 관련주 역시 접근 금지 혹은 투자 보류 상태”라고 말했다.

펀드매니저 출신 전업투자자 이모씨도 “대선이 다가 오면 처음엔 지인이나 학연에 엮이는 인물주가 뜨다가 자연스럽게 공약에 따른 정책주가 각광을 받는다”면서 “어느 후보든 간에 시멘트, 건자재 등과 같은 건설 쪽이 중요한 정책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재지변 같은 HDC현산 사태가 터지면서 투심이 식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 뉴스를 보면 네거티브 밖에 없어서인지, 올해 대선에선 정책 수혜주 찾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대선 주요 후보 2명은 임기 내 250만호 주택 공급 확대는 동일하지만,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 등 공공주택을 확대하는 것이고, 윤석열 후보는 민간 재개발과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서 공통적인 것들을 추려서 투자법을 찾아 보라는 의견도 있다.

대형 운용사 임원은 “현 정권에서 많이 주가가 오른 주식은 피하는 게 우선이고, 인맥 관련보다는 공약주가 그나마 나을 것 같다”면서 “최근 뜨거운 감자인 물적분할 관련해서 주주 달래기용 공약들이 나오는데, 물적분할을 앞둔 회사나 기존 회사들을 주목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