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 최대 교역국이다. 수출이 중요한 핵심 성장 동력인 한국 입장에선 중국 경제 향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에 연동되어 움직인다는 시각이 많다 보니, 중국에서의 영업 실적에 따라 주가 희비도 엇갈린다. 중국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 큰 호재가 되지만, 실적이 둔화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그널이 나오면 바로 주가에 부담을 준다.
1번 그래프는 한국 유명 의류업체의 최근 1년 동안의 주가다. 1월의 험악한 증시 급락장에서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대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보면, 이 회사가 만든 브랜드를 몸에 걸친 배우들을 굉장히 자주 보게 된다. 스타들이 걸치고 있어서 그런가, 멋져 보인다.
이 회사가 만드는 모자가 중국 패피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인데, 이는 실제 수치상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2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모자류의 대중 수출액은 약 4841만달러(약 585억원)였다. 전년(2613만달러) 대비 85% 증가했다.
여의도 증권업계는 한류 드라마가 현지에서 인기를 끈 것이 호재였다고 분석하지만, 사실 그에 못지 않게 중국 드라마 속 스타들도 이 브랜드를 선호해 대중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2번 그래프는 중국의 부유층 사모님들이 애용한다고 해서 주가가 많이 올랐던 기업의 최근 1년 주가 추이다. 14억 인구가 있는 중국에서 특히 시진핑 국가 주석의 부인이 좋아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라고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작년 7월엔 주가가 178만원선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고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달 92만원대까지 빠지면서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주가 하락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세 둔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2번 회사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보면, 화장품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 17% 하락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화장품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현지 드라마의 간접광고(PPL)는 중국 화장품 회사들이 전부 선점한 것인지, 한국 브랜드는 거의 볼 수 없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눈에 띄게 더뎌지자, 2번 브랜드 CEO는 올해 신년사에서 “북미 시장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달라진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엔 자동차 회사. 지난 2012년 현대차·기아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10%에 달할 정도로 고속 질주했다. 당시 국내외에서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는 27만원선에서 거래됐다. 일본 도요타를 제쳤다고 해서 화제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7%로, 도요타(8.4%)에 크게 못 미쳤다.
중국인들의 달라진 자동차 선호도는 안방극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해 방영된 중국의 인기 드라마 ‘주생여고(周生如故)’와 ‘일생일세(一生一世)’는 전생과 현생이 연결되어 스토리가 전개되는 독특한 연작 드라마다.
남녀 주인공의 현생을 다룬 드라마 ‘일생일세’는 러브 스토리이지만, 수많은 럭셔리 자동차들이 등장한다. 아래 사진은 화학과 교수인 남자 주인공이 살고 있는 저택의 주차장 모습이다.
조선일보 디코드 칼럼으로 유명한 최원석 기자는 주차장 사진을 보고 “부자들이 일상적으로 타고 다닐 수 있는 최고급차들의 집합소”라고 평가했다. 이른바 ‘회장님 차’들이 줄줄이 나오지만, 현대차·기아는 한 대도 나오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과 그의 사춘기 남동생인 14세 소년의 차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애마로 알려졌던 벤츠 마이바흐 구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달 ‘2022년 한국 경제 5대 리스크’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경련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미·중 갈등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꼽았다.
전경련은 “한국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와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서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코로나 이후 미국이 글로벌 경제 회복과 공급망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4.8%를 기록해 코로나 이전(2019년 6%)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1∼0.15%포인트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