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터지고 나서 2년간 신나게 투자해서 벌었던 거, 보름 만에 다 까먹고... 이젠 안전하게 예금이나 해야겠습니다.”(30대 주부 황모씨)

코스피가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번 주까지 6주 연속 하락했다. 직전 코스피 최장 연속 하락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7월 7주간이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년 전 코로나 폭락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도 코스피는 개장하자마자 2740선 위까지 오르며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2709선까지 하락하는 등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일자코스피 주간 등락률(%)
2021.12.24-0.18
2021.12.30-1.15
2022.1.7-0.76
2022.1.14-1.12
2022.1.21-3
2022.1.25-4

최경진 한화투자증권 차장은 “2년 전 코로나 때는 주가 하락 기간이 짧았으나 지금은 주가 하락이 6주 이상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 붕괴가 시작된 상태”라며 “과도한 대출로 주식을 산 사람들이 반대 매매를 당하게 되면 매도 물량이 늘어나 주가가 떨어지고, 증시에 유입될 추가 자금도 말라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일명 ‘공포 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치솟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VKOSPI는 전날보다 22.3% 오르면서 26.26을 기록했다. 작년 2월 10일(26.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자반대매매 일평균 금액
2021년 11월170억원
2021년 12월148억원
2022년 1월198억원

오는 25~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통화정책 결정기구) 정례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증시는 온갖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26일 “1월에 갑자기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아닌지, 1월에 하진 않더라도 3월에 많이 올리는 건 아닐지, 양적긴축(QT) 시점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닐지 1월 FOMC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다”면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FOMC 내용을 확인한 후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저물가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 급등해 지난 1982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은 워싱턴DC의 한 생선 가게./연합뉴스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기세를 떨치면서 인력난이 심해지고, 결국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증시 압박 요소다. 미국에선 작년 말부터 약 2주간 결근한 근로자가 미국 전역에 880만명, 전체 근로자의 6%에 달한다.

기업들이 가장 위험하게 생각하는 것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경영 활동 악화인데,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 확진자들이 급증하면서 강력한 봉쇄 조치가 나왔던 2년 전보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해외 악재 때문이라고 해도 한국 증시만 유독 부진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 코스피는 올 들어 신흥국 중에서 최하위권 성적표를 받고 있다. 코스피가 2.6% 급락하며 2720선까지 밀린 25일에도 베트남 증시는 2.8% 올랐고, 인도도 0.6% 상승 마감했다. 대만과 홍콩도 빠지긴 했지만 1.6% 정도였다.

전세계 주요국 증시를 살펴 봐도, 한국의 약세는 두드러진다. 연초 이후 세계 주요국에서 가장 많이 빠진 곳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러시아(-19.3%)였다. 그 다음이 긴축 우려가 거세진 미국 나스닥(-13.5%)이었고 한국 코스피가 -8.6%로 뒤를 이었다.

코스피지수가 2% 넘게 떨어진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악재의 진원지도 아닌 한국이 이렇게 약세를 보인다면, 결국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오는 27일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사실상 국내 증시 수급이 공백이라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펴낸 한국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25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IPO 호황은 기관들의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코스피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연기금 같은 국내 기관이 수급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기관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대형주 비중을 늘리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개인은 투자 심리가 붕괴된 상태에서 반대 매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진 한화투자증권 차장은 “최근 코스피는 마치 ‘공매도’ 대상이라도 된 것처럼, 외국인이 선물과 현물을 모두 팔면서 코스피가 떨어지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보면,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을 선호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전문가 “현금 비중 늘리고 기다려라”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 총괄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 약세는 연준의 긴축 기조와 인플레이션 등이 원인”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적어도 1분기(1~3월)는 지나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현금 비중을 늘리고, 주식 저가 매수도 기다리는 방법을 권한다”고 말했다.

장현호 그로스파인더 운영자는 “이제 손절하는 것은 늦었고, 오히려 지금은 급락장 이후 나타날 주도주를 찾아야 한다”면서 “이렇게 험악한 장세에도 하락이 크지 않았던 IT 업종, 또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전가한 우량 음식료 업종, 주가 급락으로 배당 수익률이 높아진 고배당주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