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주로 사들인 주식들의 주가가 올 들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서학개미가 18조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었던 테슬라의 경우 올 들어서만 12% 하락했다.

그래픽=송윤혜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 대비 1.5% 하락한 930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851.47달러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다시 900선을 회복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서학개미들의 불안감이 가신 것은 아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 주식을 154억6000만달러(약 18조5000억원) 보유하고 있는데, 주가가 지난해 말(1056.78달러)보다 12% 하락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뿐 아니라 지난해 말 기준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 10종목의 주가가 올 들어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주식을 안전한 투자처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투자해왔다. 그런데 테슬라처럼 현재 실적보다 미래 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투자하는 ‘성장주’들은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미국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4차례 이상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빅테크 기업 주식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개미의 희망인 빅테크 ‘주춤’

서학개미 보유 금액이 테슬라 다음으로 많은 애플(50억3200만달러) 주가 역시 올 들어 9% 하락했다. 보유 금액 3위 엔비디아는 20.5% 하락했고, 4위 마이크로소프트는 11.9%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미국 최대 게임 개발 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난해 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알파벳(구글)과 아마존도 작년 말 대비 각각 9.7%, 13.3% 하락했다.

미국 대표 기술주들이 하락세를 이어가다 보니 미국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종목들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의 상승률만큼 수익이 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의 가격도 올 들어 11.2% 하락했다. 나스닥 100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는 수익률이 -30.9% 수준까지 추락했다.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지만, 지수가 하락할 경우 하락률의 3배만큼 손실이 나는 ‘고위험’ ETF이기 때문이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도 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7.4% 하락했다.

◇저가 매수도 신중해야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기술주에 투자하는 3배짜리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서학개미도 많았다. 지수 하락으로 ETF 가격이 떨어지자 ‘반등’을 기대하고 고위험·고수익인 ETF에 베팅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가 매수 투자도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를 7531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서학개미 순매수 3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나스닥100 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이 ETF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26%가량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3배 레버리지 ETF 투자에서도 큰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ICE 반도체 섹터 지수’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도 지난 1~10일 서학개미 순매수 5위였는데, 투자 수익률은 -29.8%로 저조했다.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디렉시언 데일리 S&P 바이오테크 불 3X’(-43.8%)나 기술주에 투자하는 ‘디렉시언 데일리 테크놀로지 불 3X’(-30.1%)의 투자 수익률 역시 저조한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