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선 무너진 코스피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왼쪽).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29포인트(1.48%) 하락한 2792.0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8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2월 23일(2759.82) 이후 13개월 만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코스피가 13개월 만에 2800선 아래로 추락했다. 24일 코스피는 1.5% 하락한 2792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2월 23일(2759.82) 이후 처음으로 2700대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2.9% 하락해 915.4로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 긴축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감 고조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4351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도 136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물량을 받았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보다 하락 폭이 컸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 오른 2만7588.37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04% 오른 3524.11로 장을 마감했다.

◇FOMC 앞두고 증시는 ‘긴장’

미국의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에 맞서 연준이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글로벌 증시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전사)’ 역할을 맡아서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늘리는 등 강력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준이 4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본적으로 연준이 3월, 6월, 9월, 12월에 총 4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7월 정도에 양적 긴축(채권을 팔아 시중 유동 자금을 흡수하는 통화 정책)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물가 상승세가 완화될 때까지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회의 때마다 ‘긴축’ 정책을 내놓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보다 많이 올릴 가능성 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이 5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기류 속에서 지난 21일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고, 국내 증시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 21일 미국 나스닥 지수가 3% 가까이 하락했고 이 여파가 국내 증시 등에도 미치는 것”이라며 “25~26일 예정된 FOMC를 앞두고 글로벌 증시는 ‘긴장 상태’에 있는 셈”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 증시 더 취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도 악재다. 앞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등에 나설 경우 아직 코로나 사태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세계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는 반도체, 가전, 자동차 부품 수출 등에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크다는 측면에서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2~3위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27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국내 대형주 주가와 지수에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되면 코스피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코스피를 벤치마크하는 투자 주체들은 기존 주식을 매도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하게 될 것”이라며 “코스피 주요 종목들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증권가에서 적정 금액으로 추정하는 100조원일 경우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하는 투자 주체들은 기존 포트폴리오의 4.7%를 비워야 하는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위주로 비율을 줄여야 하는 폭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