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매수가 몰려 주가가 고점을 찍은 종목은 기대감이 사라져 주가가 빠지게 되면 개미 지옥으로 변한다. 이렇게 주가가 급등했다가 빠진 종목 차트는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있는 '히말라야'와 닮았다고 해서 '히말라야 차트'라고 부른다./조선일보DB

2021년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 한 해였다. 지난해 역대급 상승장에서는 아무 주식이나 골라 사도 쉽게 돈을 벌었지만, 올해는 종목별 차별화가 심해서 자칫 잘못하면 손해를 입기 쉬웠기 때문이다.

30일 NH투자증권이 코스피와 코스닥에 있는 2272개 종목을 종가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258개 종목이 올해 연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왕개미연구소는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히말라야 차트’ 탑3를 뽑아봤다. 258개 종목 중 관리·정지·분할·상폐 종목 등은 제외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미국의 저품질 주식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연평균 50%로, S&P500 전종목의 고점 대비 하락률(40년 평균 15%)에 비해 크게 높다”면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들의 주가는 변동성이 높고 주가가 급등해도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험 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매매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내일의 주식 투자 성공을 위해서는 잘못된 의사 결정이나 습관적인 실수를 되짚어 봐야 한다. 주식은 계속 오르는 줄만 알고 있다면 오산이다. 급등주에 올라탔다가 제때 빠져 나오지 못하고 경치에 취해 있다간 히말라야 정상에서 참변을 당하기 쉽다. 다음은 NH투자증권 분석 자료를 토대로 왕개미연구소가 뽑은 ‘히말라야 차트’ 탑3다.

코스닥 상장사 박셀바이오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지난 1월 7일 장중 최고가는 29만9700원이었는데 29일 종가는 4만4500원이었다.

①박셀바이오 : “비빔밥 호재도 오래 가지 못한다”

“21만원에 샀는데 계속 떨어져서 잊고 지내다가 오늘 다시 봤는데 계좌가 박살이 나 있네요ㅠㅠ.”

올해 연중 최고가 대비 하락률(-84%)이 가장 컸던 종목은 코스닥 상장사인 박셀바이오(시가총액 약 6600억원)였다. 전남대 의대 교수진이 창업한 바이오 벤처 회사로, 작년 9월 공모가 3만원에 데뷔했다. ‘바이오는 한방’이라는 말처럼, 적자 기업이지만 신약 성공 기대감에 주가는 불타 올랐다. 지난 1월 7일 29만9700원까지 올랐지만, 연말 주가는 초라하다. 29일 종가는 4만4500원이었다.

박셀바이오는 연초 이후 주가가 지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지난 22일엔 연중 최저가인 4만2400원을 찍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추진했던 동물용 의약품 제조품목 허가 신청을 자친 철회한다고 공시한 것이 악재였다. 결국 날개 없는 추락에 주주들과 회사는 갈등을 겪고 있다. 또 주가 관련 악성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소액 주주를 고소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셀바이오는 상장 직후 주가 급락, 정치인의 회사 방문, 애널리스트의 어설픈 분석, 무상 증자 등 여러 재료가 섞인 비빔밥 주식이었는데 그래도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랐다”면서 “올해 바이오가 모든 업종 중 최악의 성과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반등 기회가 있겠지만 전고점 대비 70%만 접근해도 성공이라 할 정도로 올해 급등은 무모해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준행 박셀바이오 대표(왼쪽)가 전남 화순에 위치한 본사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에게 제품 임상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셀바이오

②셀리버리 : “가게 사장님 은퇴시킨 대박주였는데”

지난해 여의도 증권가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셀리버리가 하락률 76%로 2위를 차지했다. 셀리버리는 당시 아래와 같은 사진이 인터넷 공간에 떠돌면서 단숨에 스타가 됐다. 정확한 출처와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가게 문에는 “셀리버리 대주주, 주가 폭등으로 폐업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신약개발 업체인 셀리버리(시가총액 7600억원)는 지난해 매출 8억원을 올린 벤처 기업이다. 적자 기업이지만 거래소가 만든 ‘성장성 특례 기업’ 1호로 지난 2018년 데뷔했다. 상장 이후 지금까지 계속 적자다. 참고로 공모가는 주당 2만5000원이었다.

지난해 8월 여의도에서는 '셀리버리 대주주입니다. 주가 폭등으로 폐업합니다'란 게시문이 나와 있는 사진이 화제였다./조선일보DB

작년 코로나 이후 부침은 있었지만 주가는 계속해서 올랐고, 올해 초에는 20만원선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무상증자 소식에 지난 1월엔 이틀 연속 상한가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타더니, 30일 장중에는 4만3600원에 거래되는 중이다.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리버리는 코로나 치료제를 비롯해 파킨스병 치료 신약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주가가 하락세를 타게 됐다”고 말했다.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상승이었기 때문에 주가를 끌어올렸던 세력이 뒤늦게 들어온 개인들에게 물량을 넘기고 떠난 모습이라는 것이다.

셀리버리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는 조대웅 대표(21.3%)다. 조 대표는 미국 밴더빌트대 병리학·미생물학·면역학과 박사 출신이며, 전남대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최근 1년간 셀리버리 주가 추이. 연초만 해도 주가가 장중 20만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4만3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③신풍제약 : “여의도 증시엔 2년 연속 MVP는 없다”

올해 히말라야 차트상 1위, 2위를 차지한 박셀바이오와 셀리버리는 둘 다 코스닥 종목이다. 그렇다면 코스피에서 올해 최고의 낙폭은 누가 기록했을까. 주인공은 신풍제약이다.

신풍제약은 올해 연고점 대비 하락률이 75%에 달했다. 작년 국내 전체 주식 중에 최고 성과를 기록한 MVP였고 연초만 해도 13만9000원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가 미끄러졌다. 왕개미연구소장 지인 중에도 (물려서) 본의 아니게 장기 투자 중인 신풍제약 주주가 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이 아프다.

30일 현재 신풍제약 주가는 3만2000원. 코로나 치료제로 기대됐던 약품의 임상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불법 리베이트와 분식회계, 비자금 의혹 등으로 잡음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MSCI 지수 편입을 전후로 해서 세력이 주가를 끌어 올렸는데, 최대주주부터 앞장서서 뒷북 개미들에게 물량을 대거 넘기고 떠났고 이후엔 공매도 집중 포격을 받으면서 주가가 빠졌다. 신풍제약의 과거 10년치 순익은 400억원 정도였는데, 주식을 처분해서 10년치 순익의 10배를 현금화한 일은 유명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를 급등시키는 세력이 똑같은 증권 계좌번호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연속해서 두 번은 장난치진 않는다”면서 “작년 급등주를 미련 때문에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라면 2년 후에 호재가 다시 살아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풍제약은 올해 1월 8일 최고가인 13만9000원까지 상승했지만, 지난달 25일에는 최저가인 3만25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