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매년 연말마다 이게 뭡니까. 정말 기관과 외국인, 정부만 좋은 일 시키고 있는 거예요.”(코스닥 바이오 주주인 Y씨)
29일 한국 증시에선 개인과 기관의 치열한 수급 공방전이 펼쳐졌다. 28일 역대 최대인 3조20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던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순매수로 전환해 29일엔 3조원 가량 주식을 다시 사모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만 1조원 어치 주식을 샀다. 반면 최근 1주일새 6조원 가까운 주식을 배당 목적에서 쓸어 담았던 기관은 이날 2조4000억원 가량 주식을 덜어냈다.
Y씨는 지난 28일 역대급 개인 주식 매도 행진에 ‘어쩔 수 없이’ 동참했던 주주다. Y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주식 대주주 기준을 계속 낮춰서 종목당 10억원으로 하는 바람에 매년 연말마다 코미디 같은 일이 나타나게 만들었다”면서 “한국에서 장기 투자가 가능은 한 건지, 팔았다 다시 사고, 샀다가 다시 채워 넣고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개인의 역대급 주식 순매도는 10억 이상 대주주 요건(양도세 최대 25%)을 회피하기 위한 물량과 건강보험료 부담이 생기는 배당 소득 기피 물량, 연말 차익 실현 물량 등이 한꺼번에 겹쳐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개인 순매도 액션이 일부 큰손들에게 국한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년 후엔 달라진다. 주식 양도세 제도(금융투자소득세 제도)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액 주주가 주식을 매도해서 수익이 많이 나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주식을 사고 팔아 얻은 이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누구나 금융투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양도소득 3억원 이하는 22%(지방세 포함), 3억원 초과는 27.5%다.
◊1년 후, 종목당 10억 밑으로 관리해야 유리
장기선 신한금융투자 세무팀장은 “해마다 12월에 반복되어 왔던 개인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은 내년 말에는 더 많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도입한 연말 종가 활용(의제취득가액) 제도 때문이다.
장 팀장은 “의제취득가액 제도는 주식 매매 수익을 계산할 때 실제 주식 취득 가액과 내년 말 종가 중에서 유리한 것을 투자자가 직접 고를 수 있게 한 것인데, 이 제도는 소액 주주만 활용할 수 있고 10억 대주주는 제외된다”고 말했다.
즉, 10억 대주주가 되면 이런 의제취득가액 제도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개인 매도 물량이 2022년 말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의제취득가액 제도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아래 사례에서 살펴 보자.
가령 올해 1억원에 산 주식이 2022년 말에 2억원으로 올랐고, 2023년에 2억5000만원이 되었을 때 전량 매도했다고 가정해보자. 1억원에 사서 2억5000만원에 팔았으니, 비과세 한도 5000만원을 넘어선 수익 1억원에 대해서는 세금 2200만원(22%)을 내야 한다.
하지만 2022년 말 종가 2억원을 취득 가액으로 선택하면 최종 수익은 5000만원이 되고, 비과세 한도 이내이기 때문에 내야 할 세금은 없다. 의제취득가액 제도를 활용하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의 세금 차이가 2200만원이나 되는 셈이다. 투자금 1억원만 갖고서도 이렇게 차이가 큰데, 금액이 크다면 세금 차이는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장 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에겐 헌 주식은 버리고 새 주식으로 갈아타라고 권하는데, 증권거래세나 수수료가 조금 들더라도 양도세로 절감하는 부분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며 “내년 말 의제취득가액 제도는 소액 주주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수량을 매도해 내년 말에 10억 대주주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식 양도세 제도가 전면 도입된 이후엔 어떻게 될까. 그는 “내년 말에 개인 순매도는 피크를 찍겠지만 23년 금융투자소득세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지금 같은 주식 바꿔치기 소동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