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선 두뇌와 손이 빨라야 했다. 이한영 DS자산운용 본부장은 “2021년 증시에선 펀드매니저들조차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속도전이 반복됐다”면서 “순환매가 빠르다 보면 투자자들이 지쳐서 나중에는 아무 것도 안 하게 된다, 액션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되고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투자도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투자 난이도가 더 까다로워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가 저물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회복한 2011년 이후 박스권에 갇혔던 당시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는 지적이 나온다.

이다솔 메리츠증권 차장은 최근 출간된 ‘미스터마켓 2022′에서 “2011~2017년은 코스피 기준으로는 박스권이었지만 개별 종목들의 수익률이 가장 화려했던 기간이기도 하다”면서 “시가총액 대형주 중심으로 수급이 쏠리던 유동성(일명 차·화·정) 장세가 끝나고,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 중심으로 수급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화려한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졌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선 골프 관련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 KB운용은 "골프 산업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트렌드”라며 “골프 진입 연령대가 젊어졌고 여성 골퍼 등도 가세하면서 수요가 탄탄해졌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한 남성이 스크린 골프 시연을 하는 모습./뉴시스

이다솔 차장의 예상대로, 만약 내년에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움직인다면 중소형주 펀드가 예전처럼 다시 빛을 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미 시장에선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양대 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와중에도 탑5 중소형주 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는 평균 24%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올해 수익률 1등은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로, 28%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5%, 코스닥지수는 3% 올랐다. ‘펀드는 가입하면 손해’라는 세간의 인식을 무색케 한다. 지난 2011년 설정된 10년차 장수 펀드로, 정용현 펀드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다. 10년 누적 수익률은 222%.

올해 설정액 100억 이상 중소형주 펀드 중 1위는 KB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였다. 사진은 정용현 매니저.

편입 비중 상위 종목 10개가 모조리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를 제외한 9개 종목은 올해 모두 52주 신고가를 찍었다. 나머지 9개 종목은 골프존, 티앤알바이오펩, 한솔케미칼, 골프존뉴딘홀딩스, 유진테크, SBS, 티와이홀딩스, 오스템임플란트, 파크시스템스 등이다.

2주 전 기준으로 펀드가 보유한 전체 종목 수는 47개인데, 이 중 33개 종목이 모조리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 승률은 7할이 넘는다.

정용현 KB운용 밸류운용실장은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과 산업 위주로 기존보다 압축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전략이 주효했다”면서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상황에서도 시가총액이나 주가에 구애받지 않고, 프랜차이즈 밸류나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종목을 분석해 발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