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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20대 아들에게 500만원을 증여해 주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씨는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월급만으로는 부족할 테니 아들이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굴리는 법을 미리 배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기업 임원인 50대 임모씨도 최근 대학생 아들에게 5000만원을 증여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경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주식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이 주식 투자를 해보겠다고 졸랐기 때문입니다. 20세 이상 자녀에겐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돼 세금도 물지 않았죠. 임씨는 “가상화폐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고, 주식 매수나 매도 전 반드시 부모와 상의한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강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 ‘캥거루 투자족(族)’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부모에게서 종잣돈을 증여 받아 주식 등에 투자하는 청춘 세대가 늘고 있는 겁니다. 고소득층이나 중산층에서 자녀에게 현금이나 주식을 증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과 유가증권의 증여 재산가액은 12조87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습니다. 지난 2017~2019년에는 8조~9조원 수준이었는데 크게 늘어났습니다.

40대 직장인 유모씨는 올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 앞으로 1000만원을 증여했습니다. 유씨는 “500만원은 상장지수펀드(ETF)에 넣으라고 하고, 500만원은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하라고 권했다”면서 “1년 정도 같이 굴려보고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라고 넘겨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현금, 주식 증여에 더 적극적이라는 겁니다. 증여를 받은 20대 가운데 ‘이남자(20대 남성)’의 숫자가 ‘이여자(20대 여성)’보다 60%나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