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케이프 타르칸쿠트의 캠핑족./연합뉴스

나는 투자로 30년을 벌었다.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나는 매일매일 주말처럼 산다,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2030 파이어족을 위한 밍키 언니의 돈 계획, 마흔 살 경제적 자유 프로젝트...

올해 출판가에 쏟아진 파이어족 관련 신간 서적들이다.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모아 조기 은퇴하는 젊은층을 말한다. 남들보다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어 직장을 그만두고 돈 걱정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면 돈을 얼마나 모아 두면 은퇴를 결심할 수 있을까?

지난 달 본지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30~60대 남녀 1206명에게 ‘주택을 제외한 현금 자산이 얼마나 있으면 당장 은퇴하겠느냐’고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25.1%가 10억원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30억원, 50억원, 20억원, 100억원 순이었다.

파이어족이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모아 조기 은퇴하는 젊은층을 말한다. 남들보다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어 직장을 그만두고 돈 걱정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이번 조사를 연령대별로 나눠서 살펴 보면, 희망 은퇴자산에 제법 차이가 있다. 30대는 50억원을 모아 은퇴하겠다고 답한 경우가 26%로 가장 많았던 반면, 60대는 당장 10억원만 있어도 은퇴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30%로 최다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든다는 말이 있듯, 60대쯤 되면 수십억이란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실제로 나이 들면 돈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며 “100억원 이상 벌어 은퇴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30대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은퇴 후 원하는 삶의 모습에 따라 필요한 생활비는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젊은 파이어족은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꿈꾸고 목표 은퇴자산도 상당히 높다고 추정할 수 있겠다.

‘미츠비시 샐러리맨(三菱サラリーマン)’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일본의 30대 파이어족 호타카 유이키씨./블로그

한국에서 조기 은퇴를 꿈꾸는 30대는 50억~100억원 같이 큰 금액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 파이어족이 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웃나라 일본의 유명한 파이어족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미츠비시 샐러리맨(三菱サラリーマン)’이라고 불리는 30대 파이어족 호타카 유이키(穂高唯希)씨는 일본 파이어족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펴낸 책(FIRE를 목표로 하는 사람을 위한 자산형성입문)은 일본 파이어족의 바이블이다.

호타카씨는 대학 졸업 후 미츠비시상사에 입사해 7년 반 일하면서 급여의 80%를 미국 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했고, 2019년 서른살이 됐을 때 과감히 퇴사했다. 당시 그가 모은 돈은 7000만엔(약 7억2500만원)이었다. 해외 고배당주나 리츠(REITs) 등으로 월 평균 20만엔(200만원) 가량 배당을 받게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한다. 배당금이 생활비보다 많은 구조였기에 조기은퇴 생활엔 무리가 없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어릴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아서 초저금리 시절인 14살 때부터 외환 거래에 대해 연구했고, 대학은 해외 유학(중국 북경대학 경제학부)을 했다”면서 “신입사원 시절엔 본격적으로 해외주식에 투자했고 30세에 과감히 FIRE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등장한 일본의 파이어족은 일본의 초호황기였던 버블 이후 태어난 세대가 주축으로, 단순한 조기 은퇴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지금은 주식 투자와 농사일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50억, 100억 등과 같은 꿈 같은 숫자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파이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호타카씨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호타카씨는 "서른살 FIRE를 결심했을 때 살짝 망설이기도 했지만, 돈은 잃으면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월급의 노예로 살지 말자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블로그

금융투자 전문가이기도 한 호타카씨는 2021년 10월 기준으로 투자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고배당주 리스트도 본인 블로그에 자세히 소개해 두고 있어 참고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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