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이 ‘러닝 명소’로 뜨고 있다. 종로·잠실·여의도 등 도심 곳곳에는 러너(runner)들을 위한 러닝화 대여소와 물품 보관함, 탈의실 등 편의 시설이 들어섰다. 과거 아디다스·리복 등이 해외 주요 도시에서 러닝용품 대여 서비스와 샤워 시설 등을 운영한 적이 있지만, 코로나가 창궐하며 2020년 무렵 대부분 사라졌고 현재는 일본 도쿄의 ‘황궁 코스’ 정도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러닝 붐’이 일며 최근 종로에는 러닝화 대여소까지 등장했다. ‘러닝 크루’로 불리는 동호회 문화가 확산하고 러닝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업계에선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1년 새 조깅이나 달리기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30%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러닝화 카테고리 거래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8% 증가했다. 러닝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 업계는 ‘러너 모시기’에 나섰고, 지자체도 도심 러닝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도쿄 ‘황궁 러닝’, 서울엔 ‘북촌 러닝’
이랜드의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원래 스니커즈 매장이었던 뉴발란스 북촌점을 올해 3월 러닝용품 대여 전문 공간으로 바꿨다. 상·하의 옷과 특수 소재 러닝화를 각각 2시간 기준 3000원에, 일반 운동화는 2000원에 빌릴 수 있다. 짐 보관도 무료로 할 수 있다.
이 매장에선 아무런 준비 없이도 러닝화를 빌려 근처 경복궁·광화문 등 도심 러닝 코스를 바로 달릴 수 있다. 일본 도쿄의 러닝 명소 ‘아식스 런 도쿄 마루노우치’를 벤치마킹했다. 도쿄에선 궁궐 주변 5km를 뛰는 코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북촌에선 지도에 강아지 모양으로 표시되는 경복궁~광화문~종각~안국 코스가 인기다. ‘댕댕이(멍멍이) 코스’로 불린다.
뉴발란스에 따르면 북촌점 리뉴얼 이후 매일 60~70팀, 약 120명이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수십만 원대 러닝화를 단돈 3000원에 체험한 뒤 자신과 맞는 러닝화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올해 1~7월 이 브랜드의 러닝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고, 러닝 의류와 잡화 매출은 120% 늘었다.
◇‘러닝 핫플’ 된 석촌호수와 한강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일대를 러닝 타운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5월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1058㎡(320평) 규모의 러닝 전문 나이키 매장을 열었다. 러너들이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보관함을 뒀고 나이키 신제품도 체험할 수 있다. 주 1회 잠실에서 출발해 올림픽공원 일대를 달리는 러닝 클래스와 계절별로 러닝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맞춤 훈련반도 있다.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달리는 야간 러닝이 입소문을 타며 매주 조기 마감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200명의 러너가 ‘나이키 런클럽’에 참여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오픈 후 4개월 만에 36만명이 방문했다”며 “잠실 롯데타운을 서울권 최대 러닝 메카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러닝 시설 확충에 나섰다. 서울시는 러너들을 위한 ‘러너스테이션’을 여의나루역에 운영한다. 탈의실과 물품 보관함, 파우더룸이 있어 옷을 갈아입고 바로 한강공원을 달릴 수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 모닝 커피를 마시며 러닝을 하는 ‘모닝커피런’, 마라톤 대비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회당 20명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접수 1~2시간 내로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은 매달 1회씩 20여 명의 고객이 참여하는 여의도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전 교육과 준비 운동을 포함해 총 2시간 동안 여의도 일대를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소비 침체 속에서도 러닝 관련 용품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