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 혁신 수업에서 2년 차 학생 70여 명이 CJ올리브영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 학교 교수진이 작년 방한해 올리브영 임직원들을 만나는 등 18페이지 분량의 교재를 만들었다. 교재 제목은 ‘올리브영: 뷰티 혁신을 창출하다(Olive Young: Formulating Beauty Innovation)’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2년 동안 약 500개의 사례 연구를 한다. 올리브영 사례처럼 수업에 채택된 교재는 하버드가 발간하는 세계적 권위의 경영 저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리게 된다.

그래픽=이진영

16일 본지가 교재의 요약본을 살펴보니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통상 MD로 불리는 상품기획자에게 주목했다. MD는 이른바 ‘갑(甲)’의 위치에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올리브영 MD라면 좋은 브랜드를 싸게 입점시키는 게 본 업무일 수 있다. 하지만 하버드 교재에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연구·개발(R&D), 마케팅, 제품 개발 단계에서 올리브영 MD의 도움을 받는다”고 쓰여 있다. 최신 트렌드를 읽고 새 제품을 만들어 마케팅을 하는 건 화장품 업체의 고유 업무인데, 이를 올리브영 MD가 함께 맡고 있다는 것이다. 교재에는 “이재현 CJ 회장은 ‘유통사는 상생 기반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교재 집필진은 “올리브영은 1350개의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탄탄한 온라인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한국 2030여성의 90%가 가입돼 있어 1500만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꼽았다. 하버드는 올리브영이 지난 2018년 오프라인 매장을 도심 물류 창고로 활용해 업계 최초로 3시간 내 배송할 수 있도록 한 데 “업계 내에 새로운 혁신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버드는 올리브영이 브랜드별로 진열하는 기존 공식을 탈피해 스킨케어, 헤어 등으로 나눠서 진열한 것도 조명했다. 교재는 “고객들이 제품을 쉽게 탐색하고 비교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4년 CJ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는 6개뿐이었는데, 지난해 그 숫자는 100개가 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K뷰티 브랜드들을 돕는 성장 부스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올해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협업해 K뷰티 관련 프로그램을 추가 실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