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은 지난 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와퍼 주니어를 47% 할인된 25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할인된 가격에 버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어떤 지점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지 확인해야만 헛걸음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버거킹의 가맹점 120여개 중 81개 매장이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와 상품력을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 본사에 ‘을(乙)’로 존재하던 가맹점주들이 본사 차원의 판촉행사를 거부하거나 불리한 조건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등 권리 행사에 나서고 있다. ‘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가맹점주들의 조직을 만들어 공동 대응을 하는 식으로 힘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가맹점-본사 갈등 곳곳에서
버거킹 가맹점들이 이번 할인 행사를 거부한 것은 판촉 행사 지원금 부담 비율을 두고 가맹점과 본사 간 이견이 컸던 탓이다. 버거킹 본사 측은 판매가 4700원인 와퍼 주니어를 2200원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판매수량 1개당 버거패티 비용에서 228.4원 수준의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가맹점들은 “할인 금액을 반씩만 부담한다고 해도 받아들였을텐데, 이렇게 팔아서는 남는게 없다”며 반발했다. 버거킹 본사는 가맹점의 발반에 “지원 금액을 319원 수준으로 높여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결국 할인 행사에 동참하지 않는 가맹점이 70%에 달했다.
버거킹 본사와 가맹점주들은 물류비·배달 수수료 등을 놓고도 갈등을 벌이고 있다. 가맹점주 협의회 측은 최근 본사가 물류비를 162만8000원에서 233만3000원으로 60만원 이상 인상하고, 배달 수수료를 가맹점이 부담하게 했다는 내용 등으로 최근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가맹점주와 본사가 갈등을 벌이는 것은 버거킹 뿐만이 아니다. 메가커피는 최근 축구선수 손흥민을 광고 모델로 쓰면서 연간 광고 집행 비용인 60억원을 본사와 가맹점이 50%씩 부담하자고 해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커진건 각 프랜차이즈 별 가맹점주들의 모임인 가맹점주 협의회가 활발히 활동하면서부터이다. 전국가맹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현대 53개 브랜드에서 가맹점주협의회가 구성돼 3만5000여명의 가맹점주가 가입돼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코로나 기간 동안 ‘영업 제한 업종’ 등이 지정되면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일이 많아졌고, 같은 업종·다른 브랜드 간 가맹점주 간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단체 행동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월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할리스의 가맹계약서가 불공정하다는 내용으로 심사 청구를 해 약관을 심사·시정하게 했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3월 커피 가격은 올리겠다고 공지했다가 가맹점주들의 반발에 의견 수렴 과정을 다시 거치기도 했다.
◇가맹점주 마음 잡아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원사 15곳은 지난 8일, 가맹점 상생 방안을 내놓았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버거 가맹점 로열티를 8%에서 4%로 인하하겠다고 했고, 킹콩부대찌개를 운영하는 엘스엘에프앤비는 일부 품목에 대한 점주 자체 구매를 허용했다. 제너시스BBQ는 가맹점이 필수로 구매해야하는 품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가맹점주를 위한 복지 제도도 운영한다. CU는 가맹점주와 스태프들이 중앙대학교 원격미래교육원 학사과정 수강 시 정규 학습비의 50%를 지원하고, 가맹점주의 직계가족에게도 30%의 장학 지원 혜택을 준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가맹점주의 자녀에 대한 장학금과 장기 가맹점주에 대한 근속 포상, 건강검진 지원 등을 한다. 편의점 GS25는 지역별·상권별 특화 매장을 지원하는 등 점포 매출 증대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