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어반베이스 사무실에서 김덕중(왼쪽) 부사장과 하진우 대표가 AR(증강 현실) 인테리어 서비스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하 대표가 들고 있는 태블릿 화면을 통해 가상의 소파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며 가구 배치를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박상훈 기자

스마트폰 앱을 켠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뜨는 방에 가상의 식탁이나 책장, 소파 등을 이리저리 배치해 본다. 맘에 들지 않으면 방 사진만 찍어 앱에 올리면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파악한 인공지능(AI)이 상품을 추천해준다.

마치 컴퓨터로 방 꾸미기 게임을 하는 듯한 이런 기술을 실제 인테리어에 활용하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스타트업이 있다. 3D 인테리어 플랫폼 서비스업체 ‘어반베이스’다. 전국 아파트 95%의 도면을 확보한 어반베이스는 이를 3D로 바꿔 가상공간에 각종 가구를 이리저리 배치해볼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선 퍼시스그룹, 까사미아, 롯데하이마트 등 주요 가구·가전 업체가 어반베이스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현재 싱가포르를 거쳐 북미와 유럽 진출도 추진 중이다. 어반베이스는 2021년 ‘100만불 수출의 탑’을 달성했고,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3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4년 설립된 어반베이스는 공군 장교 선후배 사이인 하진우(41) 대표와 김덕중(40) 부사장이 전역 후 만난 예비역 장교 모임에서 사업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당시 2D 도면을 3D로 자동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을 개발 중이던 하 대표가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이 얘기를 들은 김 부사장이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함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투자 유치 성공에 이어 2015년 자동 변환 기술을 완성했고 이듬해부터 VR(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서비스, AR(증강현실) 분석 앱 서비스 등을 차례로 내놓았다.

어반베이스에 따르면, 3D 인테리어 시장은 아직도 블루오션이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도면을 확보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비슷한 기능을 내세우는 서비스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일본에 진출했을 땐 도면에 저작권이 없는 한국과 달리, 지역별로 여러 업체가 이미 도면 저작권을 보유한 상태여서 이들과 개별 계약을 해야 했다. 결국 도쿄 지역 주택 도면의 70%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본의 이케아’라 불리는 니토리, 광고 대기업 덴츠, 일본 3위 가구 브랜드 시마추 등도 손을 내밀어왔다. 이제는 일본 실적을 지렛대로 삼아 싱가포르에서 도면을 확보 중이다. 하 대표는 “외국인들이 이사를 자주 하는 곳이어서 수요가 크다는 점, 영어권 국가여서 북미 진출을 시험하는 차원이란 점을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아직 정식으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고가 가구 시장이 큰 스페인의 주택 도면도 수집 중이다. 하 대표는 “플랫폼 기업의 기본은 ‘데이터’에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고 했다.

어반베이스는 방대하게 쌓인 도면과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테리어 직접 시공, 가구 판매 중개 같은 파생 사업에도 진출했다. 빠르면 연내에 챗GPT 같은 AI의 조력을 받아 자동으로 가구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주는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하 대표는 “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도 우리 3D 인테리어 플랫폼을 쓰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