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는 1인당 4만~7만원짜리 ‘커피 오마카세’ 메뉴를 판다. 바리스타가 산지(産地)와 가공 방식, 품종 등이 서로 다른 원두를 골라 다양한 추출 방식으로 내린 커피를 3잔 혹은 9잔을 제공하는 코스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은 순대 오마카세를 평일 점심은 1인당 4만9800원에,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6만9800원에 판다. 2~3종의 에피타이저와 식사를 포함해 전통·아바이순대 여러 종류 순대를 맛보는 메뉴인데 음료나 주류 주문이 필수여서 가격은 더 높아진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마카세’ 열풍이 불고 있다. 원래 오마카세는 일식 스시 식당에서 ‘주방장 맡김 차림’을 뜻하지만, 최근엔 순대·튀김 같은 분식류부터 소고기와 삼겹살·족발, 음료·디저트까지 별의별 오마카세가 등장하고 있다. 소고기를 주제로 오마카세를 내는 식당이 많아지자 아예 ‘우(牛)마카세’라는 말이 생겨나고, 삼겹살과 목살 같은 돼지고기를 이용한 오마카세는 ‘돈(豚)마카세’로 부른다.

오마카세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은 훌쩍 오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 오마카세는 케이크나 푸딩, 마들렌 같은 4가지 디저트를 내면서 1인당 3만원을 받는다. 음료 가격은 별도다. 오마카세가 유행하면서 기존 식당들 중엔 ‘코스’나 ‘세트 메뉴’로 팔던 음식에 오마카세라는 이름만 붙이기도 한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식당은 ‘족발·보쌈·쟁반냉면 세트메뉴’라는 이름으로 팔던 메뉴 이름을 ‘족발 오마카세’로 바꿨다. 일종의 마케팅인 셈이다.

오마카세 열풍을 두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 편승한 돈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마카세를 내세운 적잖은 업소들이 고객에게 미리 메뉴를 알려주거나 선택할 수 없게 하면서 제 가격에 못 미치는 음식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단품 여러 개를 묶어 할인을 해주는 세트메뉴와 달리 가격을 높여 받기만 한다는 불만도 있다. 한국 오마카세 열풍을 보도한 일본 매체는 고가의 오마카세가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오마카세를 먹고) SNS에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 해 타인에게 자랑하는 것까지 세트”라며 “오마카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사치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