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영국의 수도이자 프리미어리그(PL) 첼시·아스널·토트넘·웨스트햄의 연고지인 런던은 세계 축구 산업의 중심지로 통한다. 이곳에 글로벌 축구 분석 시장 4대 업체로 성장한 한국 출신 스타트업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축구 경기·훈련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입체적인 데이터를 추출해 주는 프로그램을 20여 국 1800여 팀에 서비스하는 비프로컴퍼니다. 이 회사의 유료 고객 명단에는 크리스털 팰리스, 웨스트햄 같은 PL팀뿐만 아니라 2021~2022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 AC밀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도 올라 있다.

미국·스페인·이란·우루과이 등 16국 출신 직원 70여 명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한국인 창업주 강현욱(32) 대표다. 그는 최근 본지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비프로를 스포츠계의 삼성·현대차처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현욱 대표가 지난 2015년 창업한 축구 경기·훈련 분석 스타트업 '비프로'는 7년여 만에 유럽 전역에 알려진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인공지능(AI) 자동 분석 프로그램을 앞세워 현재 20여 국 1800여 팀과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은 강 대표가 비프로 사무실이 있는 런던 시내의 한 운하를 배경으로 서서 웃고 있는 모습. /비프로

◇동네 축구에서 축구 종가로

강 대표는 서울대 사회교육과 재학 시절 열혈 축구 동호인이었다. 그는 “나 같은 일반 동호인도 프로 선수처럼 개인 기록을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플랫폼 제작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코딩 동아리에서 배운 기술로 ‘기록 정리’ 앱을 만들었는데 이 앱이 아마추어팀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기록 분석으로 영역을 확대했고, 결국 2015년 정식으로 창업했다. 국내 중·고교 팀들의 좋은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17년 독일로 진출하며 선진 축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지 첫 고객인 5부 리그 팀이 호성적을 내면서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240억원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강 대표는 2021년 런던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그는 “PL이라는 더 큰 시장, 회사를 키울 더 다양한 인재풀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본사를 옮긴 뒤 축구 산업을 이해하는 직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FIFA 인증’ 받은 AI 분석이 경쟁력

비프로는 미국·이스라엘·덴마크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이들을 앞서는 최대 경쟁력은 가성비다. 카메라 3대로 촬영한 2D 평면 영상에서 AI가 선수와 공을 구분해 패스, 크로스, 태클, 뛴 거리, 궤적을 데이터화해 준다. 그는 “다른 업체들이 쓰는 3D 업체 분석툴은 카메라 16대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단 3대로 오차 20~30㎝ 수준의 정밀한 분석을 해낸다”고 말했다. 비프로의 2D 분석 기술은 2021·2022년 연속으로 FIFA 인증도 통과했다.

비프로의 서비스는 연간 500달러짜리에서 2만달러까지 다양하다. 1군·2군·유소년 팀이 모두 비프로를 쓰며 한 해 10만달러를 내는 팀도 있다. 강 대표는 “빅클럽과 거액에 계약하는 것도 자랑스럽지만 그보다 더 기쁜 건 우리 제품을 쓰는 약체팀이 이변을 일으킬 때”라고 했다. 2022년 9월 피파랭킹 42위 튀르키예(터키)를 꺾은 인구 5만의 축구 변방 페로제도(125위)가 그런 경우였다. 극적인 승리 후 페로제도 감독은 강 대표에게 ‘당신 회사 덕분에 이겼다. 정말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강 대표는 “축구 외 스포츠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프로스포츠의 천국’ 미국 상륙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일부 프로축구팀 및 소규모 동네 리그 몇 곳과 계약한 상태다. 강 대표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더 성장한 뒤 미 프로농구 NBA, 미 프로풋볼 NFL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삼성이나 현대차, LG처럼 이름만 들어도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글로벌 브랜드, 세대를 넘어 좋은 기업으로 인식되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