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가 내놓은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왼쪽)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제품(오른쪽).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알고케어

롯데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며 지난해 설립한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투자 명목으로 접촉했던 국내 한 스타트업 제품을 베껴 이달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 내놨다는 내용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양사 제품은 모양도 기능도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는 18일 “투자 및 사업 협력을 제안했던 롯데헬스케어가 우리 아이디어를 베껴 제품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알고케어는 2019년 11월 정 대표가 세운 회사로, 2021년부터 올해까지 CES에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인 ‘뉴트리션 엔진’과 맞춤형 앱 서비스를 선보여 3년 내리 CES 혁신상을 받았다. 이 제품은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넣으면 사용자 필요에 맞춰 정해진 양만큼 배출하는 기기로 오는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 롯데헬스케어, 스타트업 아이디어 베끼기 논란… 알고케어 “롯데가 2년 전 투자 명목 접근, 올 CES에 자신들이 똑같은 제품 들고나와”

정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올해 CES에서 우리 전시 부스를 찾은 일부 관람객들이 ‘롯데 것과 같은 것 아니냐’고 묻길래 롯데헬스케어관을 가봤더니 그곳에서 우리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CES에서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와 맞춤형 건강 관리 플랫폼을 공개했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 관계자가 2021년 9월 우리에게 투자하고 싶다며 찾아왔다”며 “우리가 개발 중인 시제품을 보여주고 시연도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들은 “베끼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 보여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롯데헬스케어는 “자체 론칭 제품을 만들겠다. 알고케어에 라이선스 비용은 주겠다”고 알려왔지만 알고케어가 “우리 브랜드로 판매돼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CES에서 롯데가 출품했다는 것이다. 유명 로펌 변호사 출신인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공정거래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 롯데 “디자인 기능 다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이에 대해 “알고케어와 접촉한 것은 맞지만 영양제 디스펜서는 이미 해외에서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아이디어로 특정 스타트업의 디자인을 따라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양사 제품은 디자인도 기능도 전혀 다르다”며 “알고케어 제품은 특정 알약 형태만 넣을 수 있지만 우리 제품은 모든 형태의 알약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