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금요일 파르나스 호텔 제주의 객실은 80% 가량 차 있었다. 태풍 예보가 있었고, 여름 휴가철도 지난 시점에 새로 문을 연 호텔 객실 투숙률이 80% 가까이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야외 인피니티 풀과 레스토랑도 사람으로 북적였다. 호텔 관계자는 “문을 연 지 2개월 밖에 안 됐는데도 투숙률이 꽤 높다 “지난 추석엔 거의 모든 객실이 찼다”고 말했다.

대형 호텔들의 제주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이 제주에 몰리면서 제주는 1년 내내 붐비는 관광지가 됐다.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계절별 항공권과 호텔, 렌터카 비용의 가격 격차도 사실상 사라졌다. 관광업계에서는 “요즘 제주에는 성수기와 초(超) 성수기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에 호텔들은 새로 객실을 단장하고 손님을 맞고 있다. 작년 그랜드하얏트 제주와 그랜드조선 제주가 문을 열었고, 올해 7월 파르나스 호텔 제주가 문을 열었다. 올해 안에 JW메리어트가 리조트를 열고, 반얀트리그룹의 리조트 브랜드 카시아와 아난티도 제주 출점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 이후 ‘성수기’와 ‘초성수기’만 남은 제주

코로나 이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의 관광객 입도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7월 552만5865명이었던 제주 방문객은 2021년 같은 기간 664만4802명으로 전년대비 20.2% 증가했고, 2022년에는 810만5186명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이 해외를 대체할 휴가지로 제주를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서울에 거주하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 1억5000만건을 2019년 7월과 2022년 7월 기간으로 비교했더니 휴가자 수 증가율 역시 제주가 37.4%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 이후 제주 지역 호텔들의 투숙률도 80~90%에 육박한다.

코로나 이후 제주에 새로 문을 열거나 새로 단장해서 고객을 맞는 호텔이 늘고 있다. 왼쪽은 파르나스 호텔 제주. 가운데는 최근 새로 단장한 롯데호텔 제주. 아래는 그랜드 조선 제주. /파르나스호텔제주·롯데호텔제주·그랜드조선제주

호텔들은 해외 호텔급 시설과 서비스를 갖춰 제주도를 해외 여행의 대체지가 아닌 ‘호캉스(호텔+바캉스) 목적지’로 굳힌다는 계획이다. 파르나스호텔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긴 110m의 인피니티풀과 제주 맛집과 협업한 조식 메뉴, 해녀들이 당일 조업한 해산물로 구성한 ‘해녀카세’(해녀+오마카세)를 내놓았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전 객실에 야외 발코니를 갖추고 자녀와 함께 온 고객들을 겨냥해 아동용 스위트룸을 내놓는 식으로 차별화한다. 롯데호텔 제주는 지난 5월 야외 수영장과 라운지를 새로 단장해 열었고, 이달 3630㎡(약 1100평) 규모의 야외 정원과 국제 규격의 야외 테니스장을 열었다. 최근 테니스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어난다는 것을 노려 객실과 테니스장 이용이 포함된 패키지도 내놓았다.

◇명품도 사랑하는 제주

명품 매장들은 제주 호텔들을 ‘전시장’으로 이용한다. 샤넬은 지난 22일 제주 신라호텔에 310㎡ 규모의 팝업 매장 ‘샤넬 인 제주’를 열었다. 작년 3월에 이은 두번째 팝업 매장이다. 샤넬이 서울 외의 지역에 팝업 매장을 선보인 것은 제주가 처음이다.

불가리 역시 국내에 처음 여는 ‘불가리 카페’ 장소로 제주를 선택했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에 연 불가리 카페에서는 화려한 꽃 장식으로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카페에서 불가리 인기 컬렉션 중 하나인 비제로원 다이아링 장식이 올라간 2단 케이크, 불가리 목걸이 펜던트를 형상화한 케이크 등을 맛볼 수 있다. 옆에 있는 팝업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