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도 이천 부발읍 하이트 진로 공장에서 ‘죽여버리겠다’는 팻말을 든 화물연대 노조원이 화물차로 만들어진 벽 옆에 서 있다. 이날 이 공장 주변은 화물차로 둘러싸여 다른 운송 차량 진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이천 공장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용차(운송차량) 들어오지 마라’ ‘용차 들어오면 니 엄마 개다′ ‘여기서 죽자’.

3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앞엔 험악한 문구가 쓰인 깃발과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지난 2일부터 공장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공장에 진입하는 운송 차량들을 협박하려 놓아둔 것이다. 화물연대는 이틀째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 주변을 화물차로 에워싸 ‘화물차 산성’을 만들고, 납품처로 갈 소주를 받으러 온 운송 차량을 막아섰다. 이날 오후에는 한 노조원이 공장에 진입하려는 운송 차량에 달려와 스스로 몸을 부딪친 뒤 “차에 치었다”고 길바닥에 드러누워 119 구급 차량이 출동하기도 했다.

국내 소주 점유율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화물연대 파업과 시위로 이틀째 소주 생산과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참이슬·진로 등 하이트진로 소주 생산의 약 70%를 담당하는 이천·청주 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이 멈추고, 생산한 소주를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파업은 하이트진로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3월 시작됐다. 이들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월 50만원 지급, 공회전·대기 비용 지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지난 2일부터는 이천·청주공장의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화물차주들이 운송 물량을 받지 못하고 일부 도매상은 직접 차를 끌고 와 몰래 물량을 가져가다 노조원들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았다. 경찰은 “일부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고 했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이날 출고량은 평시의 10%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2011년 이후 3년 단위 협상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준하는 단가 인상을 해왔고 복지 지원 등 추가 금액도 지급해왔는데도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26차례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은 공장 정문 맞은편에 집회 신고를 내고 합법적 시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부당한 운송 방해 행위에 대해 엄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위 첫날, 한 노조원이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3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 노조원 등의 부당한 운송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