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속옷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은 최근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다운증후군 여성을 자사 홍보 모델로 발탁했다. 모델이 된 여성은 24살의 소피아 히라우(Jirau)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를 한계가 없는 모델로 봐줘서 고맙다”고 썼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1995년부터 2018년까지 키가 크고 마른 금발머리 백인 여성을 모델로 내세운 패션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내 몸 긍정주의)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면서 지난 2~3년 사이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이에 회사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최근 플러스 사이즈 제품을 강화했고, 통통한 여성과 난민 출신을 모델로 잇따라 기용하기도 했다. 이 회사 CEO인 마틴 워터스는 “그간 세상의 변화에 늦게 반응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여성을 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광고에는 히라우 외에도 일반인 임신부, 트랜스젠더가 모델로 같이 등장한다.
기업들이 기존의 날씬하고 예쁜 모델이 아닌 장애인·트랜스젠더·플러스 사이즈 같은 다양한 모습을 지닌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기업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플러스 사이즈 패션 시장은 매년 4.3%씩 성장, 작년 1138억달러(약 135조원)까지 커졌다. 전체 미국 패션시장의 19%다. NPD그룹은 또한 모델들이 보통 0~2사이즈의 옷을 입지만, 미국 여성의 70%는 14사이즈 이상의 옷을 입는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현실의 여성’의 모습과 가까운 여성 모델이 늘어나는 이유다.
미국 스포츠 패션업체 아디다스는 평균 체중 이상의 플러스 사이즈 몸매를 지닌 흑인 여성 제시만 스탠리를 내세운 새 유튜브 광고를 공개했다. 스탠리는 영상에서 자신을 요가강사로 소개하면서 “나의 몸이 요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데, 틀렸어. 나는 유연하고 강하다”고 말한다. 아디다스는 백반증에 걸렸거나 유방암 수술 자국이 남아있는 여성 25명이 웃옷을 벗고 촬영한 모습을 광고로 공개하기도 했다. 유명 팝 가수 리애나가 운영하는 속옷 업체 ‘새비지X펜티’도 최근 한쪽 팔이 잘려 없는 여성을 모델로 내세웠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몸을 조이지 않고 편안한 속옷이나 의류가 더 많이 팔린다. ‘나른’의 여성용 트렁크 팬티는 작년 한 해 동안 50만장 넘게 팔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자주’에선 여성용 사각팬티가 작년에 처음으로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가 더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