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있는 이마트 월계점.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미식가(美食街)라는 팻말 뒤로 브런치 카페인 ‘카페 마마스’, 일본 가정식 브랜드 ‘온기정’, 중식당 ‘매란방’ 등 맛집들이 쭉 들어서 있었다. 입구 정면에는 꽃과 음료를 함께 파는 플라워 카페 ‘꾸까(kukka)’가 보였다. 2층엔 고풍스러운 서가(書架) 인테리어로 유명한 서점 ‘아크앤북’이 입점해 있다. 이어폰을 끼고 책을 뒤적이던 김모(35)씨는 “특별히 장을 볼 건 없는데, 점심 먹고 책을 보러 마트에 왔다”고 말했다. 이마트 월계점은 지난 5월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재단장)을 하면서 신선·가공식품과 생필품 등을 판매하던 면적을 기존 1만5500㎡(약 4700평)에서 3분의 1 수준인 5600㎡(약 1700평)로 대폭 줄였다. 이 면적을 음식점·서점·소형 콘서트장·키즈 카페 등으로 바꿨다. 매장 입구에도 고급 즉석식품 판매대를 만들어 고객이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지난 31일 이마트 월계점 입구 쪽 식당가는 유명 맛집 메뉴들을 맛보러 온 고객들로 북적였다. 지난 5월 리뉴얼 전까지 대형마트 계산대가 있던 곳이 맛집들로 바뀌었다. /이마트

◇대형마트,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밀려 고전 중인 대형마트들이 지역 커뮤니티(생활 편의 시설)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8월 부산 연제구에 있는 아시아드점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옥상에 넥타이 부대를 위한 풋살장을 만들고, 유소년 축구 클럽을 운영하기로 했다. 매장 내에는 지역 청년들이 만든 브랜드를 돌아가며 입점시키고 중고품을 거래하는 벼룩시장(플리마켓)도 비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해 어린이 도서관도 만들었다. 이 매장에는 홈플러스 대신 ‘코너스’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격·배송에선 오프라인 매장이 이커머스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차별화를 위해 주민들이 왁자지껄 어울릴 수 있는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시설로 바꿨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7월 잠실점 4~6층에 있던 의류 매장을 없애고, 키즈 카페 등을 만들었다.

◇"온라인엔 없는 경험을 주겠다"

대형마트의 변신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세계 최대 유통 업체인 미국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론은 지난해 12월 이커머스 최강자인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수퍼센터(supercenter)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오프라인 매장 규모를 더욱 키워, 그 안에 의료 시설과 생활 편의 시설을 집어넣고 노인을 위한 산책길과 젊은 층이 소셜미디어에 올릴 동영상을 찍기 알맞은 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맥밀론은 “월마트 매장을 지역 주민들이 24시간 모이는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코로나 확산 속에 지난 9월 “매장 안에 2021년까지 22개 이상의 의료 시설을 더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의 변신은 고객의 체류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고객이 물건만 사고 가는 공간으로는 이커머스와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장 안에 서점과 키즈 카페·병원 등 온 가족이 함께 와서 필요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 월계점은 ‘커뮤니티형 매장’으로 바뀐 후, 2시간 이상 체류(주차 시간 기준)하는 고객의 비율이 이전 10.4%에서 16.5%로 늘고 1시간 미만 체류 고객은 줄었다. 리뉴얼 후(지난 6~10월) 이 매장 매출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4%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오면 하루를 편하게 지내다 갈 수 있다는 경험을 고객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