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와 각국의 통화 긴축 러시에 세계 증시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기술주가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는 9일(현지시각) 지난 5일에 이어 또 폭락장을 연출했다. 이날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29% 폭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0.5%포인트의 ‘빅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한 다음날인 5일 4.99% 폭락한 데 이어 긴축 공포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트럭업체 리비안은 이날 주요 주주인 포드가 지분 800만주를 매각하며 손절에 나서면서 21%나 폭락 마감, 나스닥 전체에 충격을 줬다. 그 여파로 테슬라도 9% 폭락, ‘칠천슬라’로 주저앉았다.
이날 대표 지수인 S&P500도 3.20% 급락, 지난해 3월31일 이후 1년여만에 처음으로 4000 지수가 붕괴했다. 대기업 중심 다우지수는 1.99% 하락 마감했다.
이날 앞서 마감한 유럽증시도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2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독일의 닥스는 2.15%, 영국FTSE는 2.32%, 프랑스 까그는 2.75% 각각 하락했다. 유럽 종합지수인 스톡스600은 2.90% 급락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뉴욕·유럽 증시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달 발표된 연준의 빅스텝 금리 인상이 오는 7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6월부터 본격적인 대차대조표 축소로 양적 긴축에 돌입하면서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인 증시에서 이탈, 안전 자산인 국채 등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주부터 3%를 넘어섰다.
또 최근 4월 미 실업률이 3.6%로 완전고용에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긴축 드라이브에 제약이 없어지면서 투자자 공포를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오는 11일 발표되는 4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8%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인플레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재계와 학계에선 공급망 병목 지속과 임금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 인플레 요인이 지속되는 반면 중앙은행이 긴축 속도를 높이면서, 물가는 채 잡히지 않은 채 경기 침체가 먼저 닥치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닥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코로나 팬데믹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나스닥이 본격적 침체기에 접어드는 모양새”라고 했다.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대면 활동이 재개되면서 2년 넘게 상승장이었던 넷플릭스·펠로톤 등 대표 기술주들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중국의 재봉쇄로 반도체 칩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기술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준의 긴축으로 금리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나스닥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나스닥 주요 종목인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등은 올들어서만 30% 이상 하락, S&P500 대기업들이 13% 하락한 것을 능가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