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 나스닥지수가 급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깜짝 놀랐다. 4일(현지 시각) 옐런 장관은 미국 시사 전문지 애틀랜틱이 주최한 포럼 사전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somewhat)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이 돈 풀기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가 금리 인상을 입에 올린 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는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 금리 정책에 언급을 삼가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 4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 지수가 1.9%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옐런 장관은 미국 시사전문지 애틀랜틱이 주최한 포럼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사진은 옐런 장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던 지난 2016년 12월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인상 배경을 설명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옐런 발언이 전해지자 그동안 초저금리 효과로 주가가 많이 오른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9% 떨어졌다.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국채에 몰리며 미국·독일 등의 국채 가격은 상승(금리는 하락)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에 투자했던 달러 자금이 본격적으로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 우려에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아시아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유로·파운드·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4% 올랐다. 5일 장이 열린 홍콩·대만 증시는 0.5%씩 떨어졌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공포도 커져

옐런은 “(미국 정부의) 추가 지출이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해 작을지 모르지만, 이는 매우 완만한(very modest)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지원을 위해 여러 차례 재정 부양책을 집행한 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계획까지 시행하면 막대한 돈이 시장에 풀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 대응에 총 5조3000억달러(약 5057조원)를 지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인프라 등 투자 계획에는 앞으로 4조달러(약 4496조원)가 배정돼 있다.

이미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억눌려있던 소비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동안 국채 등을 사들여 푼 자금 규모가 7조달러(약 7886조원)를 넘어서면서 연준이 조만간 긴축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2.6% 급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미국 물가는 전년 대비 2.3% 오르리라 전망된다. 작년 상승률(1.4%)을 훌쩍 웃도는 것이다.

기준금리 결정은 연준의 고유 권한이다. 옐런 장관이 조정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직전 연준 의장을 지낸 옐런이 시장 반응을 떠보느라 일부러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옐런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일엔 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가 태도를 확 바꿨다. 배리타스 파이낸셜그룹의 그레고리 브랜치 대표는 “옐런 장관의 발언은 매우 의도적”이라고 평가했다. 갑작스러운 ‘자금 공급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언질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써 진화에 나서는 연준

시장의 파장이 커지자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내가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더라도 연준이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도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일 것”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긍정적”이라며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켜 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지역 연준 총재는 “여전히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므로 아직 통화 정책 정상화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옐런의 발언이 불러온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민감한 시기에 나온 옐런 장관의 발언은 금리 인상 시기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시티은행은 올해 4분기 중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내년 말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